"3D로 영화제작만? 모든 산업의 필수기술 될겁니다"

'아바타',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 지난 18년간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한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소프트웨어사 '오토데스크(AUTODESK)'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됐다. 올해 수상작 '라이프 오브 파이'의 3D(3차원) 영상 역시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 '마야(Maya)'와 '머드박스(MudBox)'를 통해 탄생했다.

그러나 최근 방한한 오토데스크의 스티브 블럼(48) 수석 부사장은 "영화 제작에 쓰이는 3D 기술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건축은 물론 제조업 등 모든 산업에서도 3D가 필수인 시대라는 것. 그는 오토데스크의 해외 마케팅을 총괄하며 '3D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블럼 부사장은 "2D 기술이 펜과 지우개 없이 컴퓨터로 편리하게 설계할 방법을 찾다 발견된 것이라면, 3D는 구상 중인 제품을 실물로 구현하기 전에 미리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제품을 만들기 전에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의 제품을 미리 엿볼 수 있지요. 덕분에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막아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플로리다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던 그는 "산업 환경 자체를 바꾸는 3D 기술의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 블럼 부사장은 3D 기술을 자동차, 건설 장비 등 각 산업에 적합한 '맞춤형' 소프트웨어 출시를 주도했다. 대표적인 분야가 건축이다. 그는 "선진국의 친환경 빌딩 건축에서 3D 시뮬레이션을 활용하는 '빌딩정보모델링(BIM)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와 9·11테러로 파괴된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 뉴욕 최고층으로 들어서는 '프리덤 타워' 등의 설계에도 이 프로그램이 쓰였다. 그는 "설계에 들어가기 전 건물의 일조량까지 분석해 설계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성백제 박물관, 파르나스 호텔 등도 오토데스크의 BIM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발전하며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3D 분야에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일반인들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내놓는 시대다. 10여년 전 1000여명에 불과했던 3D 소프트웨어 이용자가 지금은 1억1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블럼 부사장은 우수한 디자인 인력이 많고 소셜미디어가 활성화돼 있는 한국이 '3D 시대'를 주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두산그룹이 영화제작용 소프트웨어를 응용해 건설 중장비를 설계·시연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일화도 소개했다. 우수한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보유한 스튜디오가 많아 할리우드의 영화 CG 작업 일부도 한국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건설, 토목, 건축, 제조업 등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3D 기술 분야에서 앞장서 나가야 후발주자의 도전을 뿌리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