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車 점유율 10% 돌파… 그 뒤엔 할부금융이 있었다

목돈 없이도 차를 살 수 있게 지원하는 자동차 할부금융서비스가 수입차 판매의 일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은 파격적인 무이자 할부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앞세워 국산차보다 비싼 외제차의 구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 대수는 13만838대로 전년 10만5037대보다 24.6% 증가했다.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1987년 이후 수입차 판매 점유율이 10%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수입차 시장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수입차 신규 등록 수가 전년 대비 8% 늘어난 14만3000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입차 판매 증가 뒤에는 '금융'이 한몫… 수입차 문턱 낮춰

수입차 가격은 동급 국산 자동차와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다. 그럼에도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데는 수입차 업체가 운영하는 전속 할부금융사의 역할이 컸다.

수입차 할부금융사들은 원래 연 10~15% 고금리 할부상품을 운영해왔다. 국내 캐피털사들의 연 7.9~10.9%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입차 할부금융사들도 파격적인 할부상품을 내놓고 있다. 프로모션 차종에 대해 연 3~4%대 금리 혹은 36개월 무이자 할부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신형 캠리를 앞세워 국내 진출 3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1만대 판매'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판매 실적이 2배 이상 급증한 수입차 업체는 도요타가 유일하다.

좀처럼 무이자 할부를 운영하지 않던 도요타는 지난해 9월부터 캠리(가솔린 사용 차종)에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도요타는 올해는 대상 차종을 캠리 하이브리드까지 확대했다. 뉴 캠리 하이브리드 2012년형을 대상으로 도요타 파이낸셜 이용 시 36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200만원 상당의 주유권(현금구매자)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무이자 할부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지난 3월 가장 많이 판매된 수입차 모델 1~2위는 중형 디젤 세단인 BMW 520d(977대)와 벤츠 E220CDI(645대)였다. 1~2월 월평균 250대에 그쳤던 벤츠 E220CDI의 판매가 3월에는 3~4배 늘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3월 들어 중형 E-클래스 전 차종에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내거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반격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할부금융 서비스로 고객층 20~30대로 확대

현재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업체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할부금융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현대캐피탈을 두는 것과 같다.

수입차 할부금융의 선두 주자는 BMW다. BMW는 2001년 할부금융사인 BMW 파이낸셜을 설립해 국내 8개 공식 딜러사를 통해 할부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BMW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의 절반가량이 BMW 파이낸셜의 할부금융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BMW 파이낸셜은 지난해 할부금융 1941억원, 리스금융 8282억원 등 총 1조223억원으로 국내 수입차 할부금융업체 중 가장 많은 실적을 거뒀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의 작년 실적(5332억원)의 2배에 달한다.

최근엔 폭스바겐 파이낸셜의 성장세가 무섭다. 폭스바겐 파이낸셜은 2011년 할부금융자산과 리스금융자산 취급액이 각각 271억원, 77억원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3343억원, 1811억원으로 급증했다.

수입차 구입 문턱이 낮아지면서 40~50대 중심이었던 수입차 구매층은 20~30대까지 확산됐다. 수입차 개인 구매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30.7%에서 지난해 46.4%로 늘었다.

폭스바겐 파이낸셜 관계자는 "폭스바겐 파이낸셜이 제공하는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폴크스바겐 전시장에서 금융상품을 바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특화된 금융 상품도 제공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사 강력한 자금 지원… 低금리 기조에 국내에서 직접 자금 조달하기도

수입차 업체의 공격적인 금융 프로모션이 가능한 이유는 할부금융사에 대한 본사의 자금 지원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BMW 파이낸셜은 BMW 계열사, 벤츠 파이낸셜은 본사 다임러AG로부터 직접 차입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한다. 폭스바겐 파이낸셜과 도요타 파이낸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외국계은행에서 본사 보증을 받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국내 금융시장의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직접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벤츠 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회사채를 1000억원 규모 발행한 이후 4월에도 회사채를 1300억원 발행했다. BMW 파이낸셜도 지난해 12월 채권을 1000억원 규모 발행했다.

김봉식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모회사로부터 직접 자금을 수혈받거나 보증 제공 등 간접 지원을 받아 온 수입차 전속 할부금융사들이 최근에는 국내에서 필요한 원화 자금을 직접 조달하는 것이 훨씬 유리해졌다"고 설명했다.

본사 지원에 4%대 금리로 자금을 빌렸는데 직접 회사채를 발행하면 3%대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저리(低利) 회사채 발행이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