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하나만 봐도… "아, 그 회사구나"
입력 : 2013.04.28 22:34
[현대카드·KT 등 기업들 '회사 전용 서체' 개발·마케팅]
곧바로 기업 떠올리게 만들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 전달… 벤처기업·지자체도 활용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끝이 없다. 우리가 늘 읽고 사용하는 한글 서체(書體·font)도 기업에는 마케팅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된다. 현대카드·NHN·KT를 비롯해 특색 있는 기업 서체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회사가 늘고 있다. 글씨 하나만 봐도 '아, 어느 회사 광고구나' 하고 곧바로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다.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기업, 지방자치단체도 서체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전달 도구로 활용
가장 대표적 사례는 현대카드가 2004년 만든 '유앤아이(Youandi)' 서체다. 카드 회사답게 신용카드의 네모난 모양과 가로·세로 비율, 모서리 각도 등에서 영감을 얻어 한글·영어·숫자 서체를 만들었다. 현재 현대카드뿐 아니라 현대라이프·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등 4개사의 회사 로고와 문서, 광고에 적용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전달 도구로 활용
가장 대표적 사례는 현대카드가 2004년 만든 '유앤아이(Youandi)' 서체다. 카드 회사답게 신용카드의 네모난 모양과 가로·세로 비율, 모서리 각도 등에서 영감을 얻어 한글·영어·숫자 서체를 만들었다. 현재 현대카드뿐 아니라 현대라이프·현대캐피탈·현대커머셜 등 4개사의 회사 로고와 문서, 광고에 적용하고 있다.
서체는 한 번 만들고 그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한다. 현대카드는 'J'가 마치 'I'처럼 보이고, 제목이 아닌 일반 본문에선 가독성이 낮아지는 문제점을 고치는 등 수년간 보완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을 찾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려고 전용 서체를 만들었다"며 "서체명도 고객(You)과 현대카드(I)를 연결해주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란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KT의 '올레체'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KT는 2009년 디자인 경영의 일환으로 전용 서체를 개발, 요금명세서·명함·캘린더 등 모든 인쇄물과 광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활용하고 있다. 올레체는 한글 서체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2'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무한 경쟁 시대에 회사 로고·컬러만으로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이 부족해, 글자만 봐도 KT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전용 서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삼성·LG전자도 독자적 서체를 만들어 각종 광고물에 활용하고 있다. 서체를 보고 한눈에 어느 회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서체를 활용하면서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제일기획 강정호 팀장은 "상호와 회사 로고가 직접적 브랜딩이라면, 기업 전용 서체는 간접적 브랜딩에 효과적"이라며 "기업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무의식적이고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데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기업은 대부분 전용 서체를 외부에 배포하지 않는다. 서체가 범용으로 쓰일 경우, 통일된 브랜드 효과를 얻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NHN·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고유 서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기업도 있다. NHN 관계자는 "한글이 다른 언어에 비해 서체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네이버가 한글로 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한글을 만들자는 캠페인 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 편의성, 용도 고려해야
기업 서체 마케팅은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엔 벤처기업과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라 전용 서체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배달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월 '한나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마치 초등학생 포스터에 쓰일 법한 복고풍 글씨체인데, 현재 2만여명이 내려받았다. 김봉진 대표는 "회사가 지향하는 B급·패러디 정서를 이용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도구로 전용 서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전용 한글 서체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한강체, 남산체 등 19종을 개발해 시청·공공기관 현판을 비롯해 지하철 안내 사인, 거리 표지판 등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서체는 강직한 선비 정신과 단아한 여백을 담았다"면서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제주한라산체·제주고딕체·제주명조체 등 전용 서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특히 제주한라산체는 친근하고도 아름다운 손글씨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제주도 측은 화산섬 제주의 우직한 인상, 바람과 파도에 닳아버린 섬 지형의 느낌, 현무암의 질감 등을 글씨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한글 전용 서체 제작이 영어보다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는 대·소문자 52자만 디자인하면 되지만,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1만자 이상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자(2350자)만 개발할 경우, 향후 신조어를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서체에 기업 이미지만을 부각하려다 보면, 가독성이 떨어져 사용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면서 "서체를 만들기 전에 화면용·인쇄용 등 개발 범위와 용도를 명확히 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듯한 KT의 '올레체'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KT는 2009년 디자인 경영의 일환으로 전용 서체를 개발, 요금명세서·명함·캘린더 등 모든 인쇄물과 광고, 인터넷 홈페이지에 활용하고 있다. 올레체는 한글 서체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인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2'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무한 경쟁 시대에 회사 로고·컬러만으로는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이 부족해, 글자만 봐도 KT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전용 서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삼성·LG전자도 독자적 서체를 만들어 각종 광고물에 활용하고 있다. 서체를 보고 한눈에 어느 회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같은 서체를 활용하면서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제일기획 강정호 팀장은 "상호와 회사 로고가 직접적 브랜딩이라면, 기업 전용 서체는 간접적 브랜딩에 효과적"이라며 "기업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무의식적이고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데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기업은 대부분 전용 서체를 외부에 배포하지 않는다. 서체가 범용으로 쓰일 경우, 통일된 브랜드 효과를 얻는 데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NHN·다음커뮤니케이션처럼 고유 서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기업도 있다. NHN 관계자는 "한글이 다른 언어에 비해 서체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네이버가 한글로 된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한글을 만들자는 캠페인 차원에서 배포한 것"이라고 했다.
◇사용자 편의성, 용도 고려해야
기업 서체 마케팅은 대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엔 벤처기업과 지방자치단체도 잇따라 전용 서체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배달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을 개발한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3월 '한나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마치 초등학생 포스터에 쓰일 법한 복고풍 글씨체인데, 현재 2만여명이 내려받았다. 김봉진 대표는 "회사가 지향하는 B급·패러디 정서를 이용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도구로 전용 서체를 만들었다"고 했다.
서울특별시와 제주특별자치도 등 지방자치단체도 전용 한글 서체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서울한강체, 남산체 등 19종을 개발해 시청·공공기관 현판을 비롯해 지하철 안내 사인, 거리 표지판 등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서체는 강직한 선비 정신과 단아한 여백을 담았다"면서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제주한라산체·제주고딕체·제주명조체 등 전용 서체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특히 제주한라산체는 친근하고도 아름다운 손글씨체로 널리 쓰이고 있다. 제주도 측은 화산섬 제주의 우직한 인상, 바람과 파도에 닳아버린 섬 지형의 느낌, 현무암의 질감 등을 글씨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한글 전용 서체 제작이 영어보다 쉽지 않은 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어는 대·소문자 52자만 디자인하면 되지만, 한글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1만자 이상을 디자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자(2350자)만 개발할 경우, 향후 신조어를 표현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서체에 기업 이미지만을 부각하려다 보면, 가독성이 떨어져 사용자들이 외면할 수 있다"면서 "서체를 만들기 전에 화면용·인쇄용 등 개발 범위와 용도를 명확히 하고, 소비자의 편의성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