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말처럼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는 것이 있을까. 행복할 때에도 힘들 때에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가족의 정’을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삶을 꿈꾼다면 관계 구축을 위해 평소에 노력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이 낯설어지고, 쓸쓸해지지 않으려면 말이다.
요리는 사랑의 에너지를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
사회적으로 연결된 관계와 달리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끈끈한 감정을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남편, 아버지라 하더라도 정서적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족 사이에서 고립되어 섬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은퇴 이후 관계를 회복하고 구축하려하면 늦다. 만약 소홀했다면 지금부터 가족들을 위해 좀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아내의 보살핌만 받던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아내의 건강은 어떤지 챙기는 관심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자녀의 고민이 무엇인지 묻고, 친구처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밀감을 형성하고, 인생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조언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때 마음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에게 다가가 말 걸기 쉬운 수단 중 하나는 요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음식은 물질적인 것 이상의 정성과 사랑의 에너지를 교감할 수 있는 매개체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앞치마를 둘러라. 요리 솜씨가 있는지 없는지는 중요치 않다. 감기 걸린 아내가 마음 쓰여도 살갑게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흰죽이라도 끓여서 내밀어보라.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진심을 전달할 수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따금 주말에는 자녀와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유도하는 것도 좋다. 어린 자녀라면 아버지와의 추억거리를 만들어줄 수 있고, 반항기 가득한 사춘기 자녀의 마음을 여는 데에는 진지한 훈계나 꾸지람보다 음식으로 마음을 나누는 간접적인 방식이 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요리책을 구입하거나 인터넷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검색해 레시피를 다운로드하자. 가족들에게 더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면 요리 학원에 등록, 제대로 배워보는 것은 어떨는지.
INTERVIEW
더 보오메 꾸뜨르 김성룡 회장 음식을 통해 가족과 소통한다
많은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지만 가정을 잘 이끌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부부가 노력을 많이 하지 않고서는 가정을 제대로 가꾸어갈 수 없고, 끝까지 지키기도 쉽지 않다. 사업이 성공하고, 권력과 명예를 가졌다고 해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가정을 잘 이끌어온 사람이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살아가는 동안 소중한 것이 많이 있지만, 화목한 가정이야말로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 추천
요리 솜씨 없이도 가능하다! 마음을 전하는 데 제격인 음식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어디 말뿐이겠는가. 음식을 통한 작은 행동 하나로 아내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고, 먼저 다가가는 몸짓을 건넴으로써 자녀와의 사이에 철옹성같이 버티고 서 있는 벽을 허물어뜨릴 수도 있다. 각각의 상황에 따라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는 음식을 제안한다. 물론, 솜씨가 없어도 가능한 것은 기본. 레시피대로 차근히 따라 하면 어느새 완성될 것이다.
감기 걸린 아내에게 ‘묵초’
아내가 감기에 걸렸는지, 약은 챙겨 먹었는지 도통 무심한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지사. 문제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에 대한 인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외려 ‘고작 감기 갖고 뭘 그러냐’는 시큰둥한 반응에 아내들의 마음은 와르르 무너진다는 사실. 몸살로 몸이 으슬으슬할 때면 따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만들기 쉬운 ‘묵초’로 감기 걸린 아내의 몸과 마음을 챙겨주는 것은 어떨는지.
재료(4인분)
청포묵 200g, 쇠고기 50g, 표고버섯 30g, 새송이버섯 50g, 미나리 20g, 쪽파 2뿌리, 양념(국간장 2작은술, 설탕 1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½큰술, 후춧가루·참기름 약간), 국물(쇠고기 육수 2컵, 고운 소금 약간)
만들기
1 청포묵은 가로세로 2㎝, 두께 7㎜ 크기로 썬다.
2 쇠고기는 3㎝ 길이로 납작하게 썬 후 분량의 양념을 넣고 버무려 재워둔다.
3 표고 버섯과 새송이버섯은 얇고 납작하게 썬다.
4 미나리와 쪽파는 다듬어 씻어서 2㎝ 길이로 썬다.
5 냄비에 국물을 붓고 끓으면 쇠고기와 표고버섯을 넣고 다시 한 번 한소끔 끓인다. 거품을 걷어내고 청포묵, 새송이버섯, 쪽파, 미나리를 넣고 끓인 후 그릇에 담는다.
대화가 부족한 사춘기 자녀와 친해지려면 ‘돼지고기구이를 곁들인 쌀국수’
외식할 때 자녀의 식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녀와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요리를 만들면서 그들의 식성을 고려하지 않고 메뉴를 선정하면 자녀가 아버지와 거리감을 더 느끼게 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좋을까. 젊은 층이 좋아하는 쌀국수를 추천한다. 돼지고기 굽는 역할은 자녀에게 맡기면 음식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재료(4인분)
돼지고기 목살이나 항정살 400g, 꿀 4작은술, 설탕 1큰술, 후춧가루 약간, 액젓 1 ½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곱게 다진 양파 2큰술, 삶은 쌀국수 400g, 상추 40g, 양상추 60g, 깻잎 10장, 무·당근 약간, 초절임 양념(식초 1큰술, 설탕 1큰술, 소금 1⅓작은술), 숙주 40g, 민트·바질 적당량, 소스(라임즙 4큰술, 액젓 3큰술, 물 3큰술, 설탕 4큰술, 다,마늘 1작은술, 빨간 고추 다진 것 4작은술)
만들기
1 돼지고기는 3㎜ 정도 두께로 포를 뜬다. 꿀, 설탕,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서 10분 정도 두었다가 액젓, 다진마늘, 다진 양파를 넣고 무쳐서 10분 정도 재워둔다.
2 쌀국수는 끓는 물에 담갔다 건져 찬물에 헹궈 건진다.
3 상추, 양상추, 깻잎은 5㎜ 폭으로 채썬다.
4 무와 당근은 채 썰어서 초절임 양념에 버무린다.
5 숙주, 민트, 바질은 씻어서 물기를 뺀다.
6 ①을 석쇠에 굽거나 팬을 달궈서 굽는다.
7 분량의 소스 재료를 섞는다.
8 접시에 구운 고기, 국수, 채소를 섞어서 얹고 소스를 뿌린다.
가족의 생일 또는 기념일에 ‘새우크림소스스파게티’
축하할 때에는 평소에 먹는 음식이 아닌 뭔가 특별한 요리가 좋다. 이때 작은 수고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대표적 메뉴는 파스타. 조리법이 간단해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 좀 더 성의를 보이고 싶다면 새우크림소스스파게티를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큼직한 새우와 크림소스가 어우러진 파스타는 풍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줄 것이다.
재료(4인분)
파스타면 200g, 소금 1큰술, 새우 중간 크기 12마리 또는 대하 6마리, 새우국물(새우 머리와 껍데기, 올리브오일 1큰술, 화이트와인 ⅓컵, 물 ½컵), 소스(양파 ¼개 다진 것, 다진 마늘 1큰술, 올리브오일 2큰술, 토마토 페이스트 3큰술, 생크림 2컵, 소금·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새우는 등 두 번째 마디에 꼬치를 넣어서 내장을 빼낸다. 머리를 떼고 껍데기를 벗기고 반으로 저며 썬다.
2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새우 머리와 껍데기를 볶다가 빨갛게 변하면 화이트와인을 붓는다. 한 번 끓고 나면 물을 붓고 국물이 ⅓컵 정도 나오게 조린다.
3 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중간 불에서 다진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고 말갛게 될 때까지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5분 정도 볶는다.
4 ③에 ②와 생크림을 붓고 중간 불로 4분 정도 끓인 후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5 ④에 새우를 넣고 새우가 빨갛게 익을 정도로 다시 끓인다.
6 물 3리터에 소금 1큰술을 넣고 끓으면 파스타면을 삶는다. 알덴테(심이 약간 남을 정도)로 삶아서 체에 쏟아 물기를 뺀다.
7 ⑤에 ⑥을 넣고 버무린 후 그릇에 담는다.
군입대 또는 유학 가는 자녀에게 ‘김치말이밥’
군입대, 유학 등으로 자녀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시간이 흘러도,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공유할 추억거리가 많다면 아버지에 대한 생각과 그리움이 더해지는 법. 한국인에게 김치는 고향 그 자체이다. 특히 ‘엄마가 담근 김치’는 가족 생각, 집 생각을 할 때면 떠오르는 맛일 터. 함께 김치말이밥을 만들면서 가족애를 돈독히 다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재료
잔멸치 50g, 조림 양념(진간장 1큰술, 조미술 2큰술, 청주 1큰술, 후춧가루 약간, 꿀 1큰술), 밥 2공기(350g), 참기름 1작은술, 통깨 ½큰술, 김치 3~4줄기, 김치 양념(설탕 ½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통깨 ½작은술, 송송 썬 쪽파 약간)
만들기
1 잔멸치는 지저분한 것을 골라내어 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볶는다.
2 분량의 조림 양념을 팬에 넣고 보글보글 끓이다가 ①을 넣고 국물이 없게 조린다.
3 밥에 멸치 조린 것과 참기름, 통깨를 넣고 섞는다.
4 김치는 속을 털어내고 국물을 짠 후 분량의 김치양념을 넣고 무친다.
5 김치를 가지런히 놓고 적당한 길이로 자른다.
6 ③의 밥 적당량을 원통형으로 뭉쳐 김치에 놓고 돌돌 만다.
갱년기 아내에게 ‘쇠고기냉채’
갱년기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을 헤아리기 어렵다. 호르몬 변화로 열이 많아져 더위를 심하게 타고…. 무엇보다 상실감과 함께 밀려오는 우울증 때문에 중년 여성으로서 심한 앓이를 하게 된다. 때로는 입맛 살려주는 음식이 울적한 기분을 달래주기도 한다. 아내의 침체된 기분을 살려주기 위해 단백질이 풍부한 쇠고기를 활용한 산뜻한 냉채에 도전해보자.
재료(4인분)
얇게 썬 쇠고기 200g, 화이트와인 1컵, 물 1컵, 무 50g, 오이 50g, 무순 약간, 가지 1개, 소스(진간장 1 ½큰술, 식초 1 ½큰술, 설탕 1큰술, 연겨자 2작은술, 다진 대파 1큰술, 참기름 ½큰술)
만들기
1 무와 오이는 채 썰고, 무순은 찬물에 헹궈 건진다.
2 냄비에 화이트와인과 물을 붓고 끓인다.
3 ②가 끓으면 쇠고기를 한 장씩 넣고 데쳐서 체에 밭쳐 놓는다.
4 가지는 4㎝ 길이로 토막 내서 길이로 4등분한 다음 튀겨 건진다.
5 분량의 재료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6 접시에 튀긴 가지를 담고 위에 쇠고기와 채소를 얹은 다음 소스를 끼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