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人] "그간 방송해설하며 시야 넓혀… 아버지 마음으로 선수단 우승 이끌 것"

"한 번 정도는 제게 또 기회가 오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현역 시절 '슛 도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충희(54) 감독이 29일 프로농구 동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계약조건은 3년간 연봉 3억원이다. 5년4개월 만에 프로팀 지휘봉을 잡게 된 이 신임 감독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1984년 여배우 최란(53)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내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연예인 잉꼬부부'로 유명하다.

이 감독에게 동부는 프로 지도자로서 세 번째 팀이다. 1997년 LG의 창단 감독을 맡아 국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화려했던 현역 시절의 영광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송도고와 고려대를 나와 실업 현대에서 활약했던 그는 한국 농구 사상 최고의 슈터로 이름을 날렸다. 농구대잔치 6연속 득점왕, 첫 4000득점 돌파 등의 기록을 남겼다. 1992년부터는 대만 홍궈팀의 선수 겸 코치로 뛰며 현지 팬들로부터 '신사수(神射手)'라는 찬사를 받았다. 1995년 홍궈의 감독으로 승격해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도 했다.

이 감독은 1997~1998시즌을 앞두고 LG에 부임하자마자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하지만 1998 ~1999시즌 정규리그 5위, 1999~ 2000시즌 정규리그 7위로 성적이 떨어지면서 재계약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고려대-동국대 감독을 거쳐 2007년 오리온스 감독으로 프로 무대에 돌아왔다. 두 번째 도전도 실패였다. 역대 국내 감독으로는 최단기간인 재직 7개월 만에 옷을 벗어야 했다. 시즌 개막 후 두 달 동안 팀이 4승22패로 부진하자 불명예 퇴진당한 것이다. 이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구단이 기다려주지 않더라"면서 "오리온스 시절은 (지도자 경력으로) 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동부는 얼마 전 강동희 전 감독이 불법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에 빠졌다. 이 감독은 승부 조작 파문으로 휘청거렸던 팀을 바로잡아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그는 "방송 해설을 오래 하면서 감독 생활을 할 때보다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아버지 같은 입장에서 선수단을 이끌면서 우승을 노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