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후폭풍… 얼어붙은 회사채 시장

기업들의 어닝 쇼크(실적이 전망치보다 훨신 나쁜 경우)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한층 얼어붙고 있다.

특히 건설·해운·항공 등 업황이 좋지 않은 종목들의 회사채는 아무도 받아가려 하지 않아 거래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

◇건설·항공·해운 회사채 안 팔려

한화건설이 지난 18일 실시한 3년 만기 1500억원어치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유효 수요가 단 700억원어치밖에 없었다. 한화그룹의 지주회사 한화가 다음 달 3일 발행 예정인 3년 만기 20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수요는 '0'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3년물 1100억원, 5년물 400억원 등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여기에서도 기관 수요가 단 한 건도 없었다. 30일 회사채 발행 예정인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에도 3차례에 걸쳐 발행한 회사채가 팔리지 않았다. 이번까지 총 4회 연속 회사채가 미매각됐다.

지난 3월 말 수요예측을 했던 한진해운 회사채도 전량 미배정됐다. 3년 만기 500억원의 회사채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외화채에 대한 수요예측 결과, 신청자가 아무도 없었다.

◇연초 이후 미매각액 증가 추세

이 밖에도 최근 한 달간(3월 26일~4월 25일) 한화와 한화건설, 한진해운과 함께 SK네트웍스·포스코에너지·삼성에버랜드·SK텔레콤·이마트·CJ·GS EPS·삼성정밀화학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실시됐는데, 총 1조7600억원 중 60%에 달하는 1조500억원이 미배정됐다. 대개 신용등급이 A 등급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회사채 주관사인 증권사가 대부분 미매각액을 떠안고 있다.

흥행 여부를 판단하는 유효 경쟁률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유효 경쟁률이란 투자자들의 회사채 유효 수요(회사채 발행 회사가 제시한 희망공모금리 상단 이하로 입찰한 수요)금액을 당초 회사채 발행예정금액으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가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회사채 미매각액(회사채 발행 시점에서 수요예측 당시 발생한 미매각액)은 연초 5000억 안팎에서 최근 약 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유효경쟁률은 1.4배에서 1배로 줄었다.

◇실적뿐만 아니라 금리도 문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기업들이 어닝 쇼크 수준의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건설업종은 지난 11일 GS건설에 이어 16일 삼성엔지니어링까지 해외 수주 감소로 어닝 쇼크를 일으켰다. 항공업종의 경우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 노선을 중심으로 여객 수요가 급감, 1분기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운업종의 경우 글로벌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수요는 부진한데, 운임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 이 기업들은 애초에 금리를 너무 낮게 설정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화는 회사채 희망금리 범위를 '3년물 국고채 금리+0.53%포인트~0.63%포인트'를 제시했는데, 민간기관이 평가한 한화의 금리 수준보다 0.09% 낮았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신용등급이 BBB+인 동급 회사채 평균 금리보다 약 2%포인트 낮은 3년물 4.3%, 5년물 4.6%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