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증시 급등에 해외투자금 U턴… 엔低 주춤

연일 가파르게 떨어지던 엔화 가치가 최근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29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오후 3시 현재 97.6엔을 기록했다. 지난주 말(달러당 98.5엔)과 비교하면 0.9엔 떨어진 것이다.(엔화 가치 상승) 일본의 엔저(低) 정책에 면죄부를 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끝나고 나서 장중 한때 달러당 99.9엔을 기록하며 곧 달러당 100엔 선을 뚫을 것 같던 기세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다. 이렇게 엔저가 다소 힘을 잃은 데는 해외에 투자했던 자산을 팔아 일본으로 돌아오는 일본 투자자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닛케이 급등에 '유턴'하는 일본 해외 투자자들

29일 일본 재무부의 '대외 증권(주식·채권) 매매 현황'을 보면, 일본 투자자들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된 작년 12월 이후 해외에 투자했던 주식과 채권을 팔아 일본으로 돌아오고 있다. 순투자액(해외자산 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 감소 규모도 작년 12월 899억엔 정도였지만 지난 2월엔 3조7000억엔을 넘겼다. 3월에는 2조3500억엔의 투자금을 순수하게 회수해 일본으로 가져왔고, 4월에도 지난 20일까지 2조5000억엔 이상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올 들어서만 약 9조5000억엔(약 100조원)의 자금이 일본으로 '유턴(U turn)'한 것이다. 일본 투자자들이 5개월 연속으로 해외 투자금을 회수한 것은 2001년 10월~2002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이런 현상은 일본 당국자들이 예상한 것과는 반대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국외 채권 등 위험성이 큰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인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면서 엔저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일본의 해외 투자자금이 유턴하는 것은 닛케이지수가 지난 25일 5년 만의 최고치인 1만3926을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이면서 일본인 입장에서 해외 투자를 하는 것보다 국내 주식 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올 들어 30% 이상 뛰면서 전 세계 주요국 주가 중 가장 상승률이 높다.

또 일본 투자자들의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도 투자금 유턴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엔저 추세가 오래가기 어렵다고 보고, 엔화 가치가 다시 크게 오르기 전에 해외에 투자한 수익을 엔화로 바꿔 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외환전략가 로빈 브룩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의 변화 전략이 자국 내에서 가장 강한 회의론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 "조만간 달러당 100엔 넘긴다"

그렇지만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본은행의 '돈 풀기'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조만간 달러당 100엔 선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29일 주요 14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엔화 환율 전망을 조사한 바로는 이들은 3개월 후 엔화 환율이 100.4엔으로 100엔을 넘기고, 1년 후에는 104.1엔으로 약세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의 로빈 브룩스도 "일본은행의 정책 변화로 일본인들은 장기적으로 가치가 떨어지는 자국 자산을 팔아 가치가 높아지는 해외 자산을 사게 될 것"이라며 "3개월 후 엔화 환율은 102엔, 1년 후에는 105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HSBC,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2곳은 1년 안에 100엔 선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해외 투자금의 유턴 현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결국은 일본인들이 해외 투자로 나가려는 경향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외국인들도 일시적으로 일본 주식에 몰렸지만, 주식 상승세가 마무리되면 투자 이익을 실현하면서 점차 빠져나가게 돼 엔화 약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인의 일본 주식·채권 순투자액(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은 지난 1~2월 3조9000억엔이 늘었지만 지난 3월엔 2조2900억엔이 줄었다. 4월 들어서도 20일까지 4000억엔 이상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