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승우의 첩첩사진] 사진책을 만들다
입력 : 2013.05.01 22:30
하늘에 계신 부모님의 사진집 제작
서로 다른 두 선율이 '푸가' 만들듯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
이야기 이어지도록 편집하는 작업
볼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려야
남은 가족이 더 위로받은 '책 만들기'
얼마 후면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1년이다. 하늘에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를 위해 뭘 할까 생각하다가 두 분 모습을 담은 사진집을 한 권 만들기로 했다. 사진집이라고는 하지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의 사진책 만들기 서비스를 이용해서 만든다. 사진책 만들기 사이트에 등록하면 간단한 편집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데, 이를 이용해 사진을 올리고 원하는 대로 늘어놓기만 하면 사진책 한 권이 완성된다. 며칠 후 제본을 하고 표지를 갖춘 책이 집으로 배달된다. 아직 아쉬운 점이 있는 서비스지만 해볼 만하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사진집을 두 권 만들었다. 모두 세상에 한 권씩만 존재하는 사진책이다. 하나는 결혼 1주년에 만들었던 나의 신혼여행 사진집이고, 다른 하나는 두 번째 기념일에 만든 '신혼 연감'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두 번째 책은 내 짝이 직접 편집해 만들었고 제목도 그녀가 직접 붙였다. 지금 만드는 책이 세 번째 책이 되는 셈이다. 세 번째 책만은 몇 권 더 만들어 이모와 작은아버지께 드릴 계획이다. 정식으로 출판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 외에는 볼 사람이 없으니 부담 없이 시작했다.
책 모양을 갖춰갈수록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에 어울리는 좋은 사진이 더 필요했다. 사진책을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면, 그저 액자에 넣을 사진을 찾는 것이었다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웃고 계시는 예쁜 사진이면 충분할 터였다.
사진책은 다르다. 사진책 만들기는 사진을 늘어놓는 일이다. 사진의 편집에 대해서는 비유로 들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998년에 만든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배경은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세계이다. 사람이 죽으면 잠시 이 중간 세계에 머무는데, 여기서 자기 인생의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저세상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좋았던 추억들을 영화로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전 인생이 기록된 비디오테이프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적힌 비디오를 보고 그 안에서 한 순간을 선택해 영화로 만든다.
이상하다. 비디오테이프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면, 그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가면 되지 왜 다시 영화를 만드는 것일까? 각본을 쓰고 연기를 하고 촬영한 필름을 편집하는 과정이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마치 관찰 카메라에 찍힌 것 같은 비디오보다 영화가,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법과 더 닮았다는 이야기일까. 편집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은 원더풀 라이프가 된다.
이 방법으로 지금까지 사진집을 두 권 만들었다. 모두 세상에 한 권씩만 존재하는 사진책이다. 하나는 결혼 1주년에 만들었던 나의 신혼여행 사진집이고, 다른 하나는 두 번째 기념일에 만든 '신혼 연감'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두 번째 책은 내 짝이 직접 편집해 만들었고 제목도 그녀가 직접 붙였다. 지금 만드는 책이 세 번째 책이 되는 셈이다. 세 번째 책만은 몇 권 더 만들어 이모와 작은아버지께 드릴 계획이다. 정식으로 출판하는 것도 아니고, 가족 외에는 볼 사람이 없으니 부담 없이 시작했다.
책 모양을 갖춰갈수록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책에 어울리는 좋은 사진이 더 필요했다. 사진책을 만들 생각이 아니었다면, 그저 액자에 넣을 사진을 찾는 것이었다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웃고 계시는 예쁜 사진이면 충분할 터였다.
사진책은 다르다. 사진책 만들기는 사진을 늘어놓는 일이다. 사진의 편집에 대해서는 비유로 들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1998년에 만든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배경은 이 세상과 저 세상 사이의 세계이다. 사람이 죽으면 잠시 이 중간 세계에 머무는데, 여기서 자기 인생의 한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저세상으로 가져간다는 것이 영화의 설정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좋았던 추억들을 영화로 만든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의 전 인생이 기록된 비디오테이프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삶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기 이름이 적힌 비디오를 보고 그 안에서 한 순간을 선택해 영화로 만든다.
이상하다. 비디오테이프에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다면, 그 비디오테이프를 가지고 가면 되지 왜 다시 영화를 만드는 것일까? 각본을 쓰고 연기를 하고 촬영한 필름을 편집하는 과정이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마치 관찰 카메라에 찍힌 것 같은 비디오보다 영화가,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방법과 더 닮았다는 이야기일까. 편집 과정을 통해 사람들의 삶은 원더풀 라이프가 된다.
좋은 사진책을 만들기 위한 첫째 과정은 사진이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편집하는 것이다. 어떤 사진은 선택하고 어떤 사진은 버린다. 사진 순서를 뒤바꾸기도 한다. 옆에 나란히 놓인 사진과 혹은 책장을 하나 넘겨 나타나는 사진이 서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신기할 정도이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이 묘하게 어울린다.
사진책을 보는 이들을 염두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처음 만들었던 사진책은 아직 학생이었을 때 아르바이트 삼아 만든 선배의 결혼식 앨범이었다. 그 수고비로 필름을 사 썼다. 확대한 사진들을 두툼한 아트지에 붙이고 제본을 해서 '납품'했다. 잔뜩 기대하고 반응을 기다렸는데, 그 앨범을 본 선배의 첫마디는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동생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네."
그때부터 사진책을 볼 사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 사진을 어떻게 볼까? 사진의 소통에 대한 고민은 사진을 하는 내내 이어졌다.
사진 교육자이자 사진가인 필립 퍼킨스는 사진가의 생각과 사진을 늘어놓는 일의 관계를 푸가에 비유했다. 푸가는 서로 다른 두 선율이 동시에 연주되면서 한 음악을 이루는 악곡 형식이다. 사진가의 생각과 사진들은 서로 다른 선율처럼 흘러가다가 충돌하기도 하고 어울려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음악이 완성된다. 사진책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면, 사진가만이 아니라 사진을 보는 사람도 늘어놓은 사진들과 나름의 푸가를 연주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책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 또 하나는 사진책을 다시 비워놓는 일이다. 부모님 사진 중에서 의미가 분명하고 강한 사진들을 빼내었다. 사진의 흐름을 다시 조정하였다. 사진 스스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책을 만드는 동안 떠올랐던 지난 시간의 기억들, 사진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두 분의 사진과 내가 함께 연주한 음악이었고 두 분과 나눈 대화였던 듯하다. 완성된 책을 볼 다른 가족도 그들 나름의 추억과 생각으로 멋진 음악을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두 분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으나, 아무래도 두 분에게 위로받는 쪽은 남은 가족일 듯하다.
사진책을 보는 이들을 염두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처음 만들었던 사진책은 아직 학생이었을 때 아르바이트 삼아 만든 선배의 결혼식 앨범이었다. 그 수고비로 필름을 사 썼다. 확대한 사진들을 두툼한 아트지에 붙이고 제본을 해서 '납품'했다. 잔뜩 기대하고 반응을 기다렸는데, 그 앨범을 본 선배의 첫마디는 예상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동생 나온 사진이 하나도 없네."
그때부터 사진책을 볼 사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내 사진을 어떻게 볼까? 사진의 소통에 대한 고민은 사진을 하는 내내 이어졌다.
사진 교육자이자 사진가인 필립 퍼킨스는 사진가의 생각과 사진을 늘어놓는 일의 관계를 푸가에 비유했다. 푸가는 서로 다른 두 선율이 동시에 연주되면서 한 음악을 이루는 악곡 형식이다. 사진가의 생각과 사진들은 서로 다른 선율처럼 흘러가다가 충돌하기도 하고 어울려 하나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음악이 완성된다. 사진책이 이렇게 만들어진다면, 사진가만이 아니라 사진을 보는 사람도 늘어놓은 사진들과 나름의 푸가를 연주할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책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 또 하나는 사진책을 다시 비워놓는 일이다. 부모님 사진 중에서 의미가 분명하고 강한 사진들을 빼내었다. 사진의 흐름을 다시 조정하였다. 사진 스스로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책을 만드는 동안 떠올랐던 지난 시간의 기억들, 사진과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두 분의 사진과 내가 함께 연주한 음악이었고 두 분과 나눈 대화였던 듯하다. 완성된 책을 볼 다른 가족도 그들 나름의 추억과 생각으로 멋진 음악을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두 분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했으나, 아무래도 두 분에게 위로받는 쪽은 남은 가족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