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富者들, 연금저축 한도(年 1800만원·소득공제 400만원) 꽉꽉 채우는 까닭

최근 자산가들 사이에서 연금저축계좌가 신종(新種)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길어진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연금에 거액을 넣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가 세수 확보 차원에서 절세 상품을 계속 축소하는 지금, 연금저축계좌를 절세상품으로 활용해 세금 부담을 덜고 있는 것이다.

연금저축계좌는 정부가 기존 연금저축을 12년 만에 개편하면서 올해 선보인 상품이다. 계좌를 하나만 터두면 다수의 펀드에 동시 가입해서 다양한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가령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 같으면 A운용사의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굴리다가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면 B운용사의 머니마켓펀드(MMF)와 C운용사의 채권형 펀드에 절반씩 옮기거나 아예 현금으로 보유하는 식이다. 연금저축계좌는 주로 연금펀드로 투자금을 굴리게 되는데, 올해 연금펀드에는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왔다.

◇연금저축 1800만원 한도 채우기 열풍, 왜?

지금까지 연금저축은 1년 소득공제 한도인 400만원까지만 딱 맞춰서 납입하는 것이 정석(定石)이었다. 그런데 최근 자산가들은 소득공제 한도는 종전 연금저축과 똑같이 연 400만원인데도 연금저축계좌에 1년 납입 한도인 1800만원까지 꽉 채워 투자하고 있다. 박상준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만약 연금저축계좌에 1년 한도인 1800만원을 넣었다면 이 중 400만원 납입액은 소득공제를 받으니 중도해지가 어렵지만, 추가로 넣은 1400만원은 본인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수수료나 세금 없이 인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금저축계좌 인기가 높아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소득 과세 강화로 출금 시점까지 과세가 이연되는 연금저축계좌의 절세 혜택이 새삼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성필 한투증권 상품마케팅 본부장은"해외펀드나 채권형펀드에 투자해 수익이 나면 15.4%를 세금으로 내고 2000만원이 넘으면 금융과세 대상이 되지만, 연금저축계좌로 투자하면 수익이 아무리 많이 나도 금융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될 것 같다면 연금저축계좌 불입액을 늘려 과세를 회피하는 틈새 전략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가입 연령 제한도 없어졌는데, 일부 고소득자들은 자녀와 배우자에게 자금을 증여해 1인 1가족 통장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입자 사망 시 배우자가 상속받아서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연금저축 선택 시 주의할 점

현재 연금저축계좌는 일부 중대형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은행들도 이달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복잡한 전산 개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판매처가 다양하지 않다.

연금저축계좌를 선택할 땐 가입할 수 있는 상품 수가 얼마나 되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연금저축계좌는 하나의 계좌만 트면 여러 개의 펀드에 동시 가입해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인데, 가입할 수 있는 상품 수가 몇 개 되지 않는다면 원하는 투자 성과를 내기가 어렵다.

만 55세 이전까지는 투자해서 소득이 생겨도 과세가 되지 않지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면 연금소득세(만 55~69세는 5.5%, 만 70~79세 4.4%, 만 80세 이후 3.3%)를 내야 한다. 이때 소득공제를 받지 않고 400만원 한도를 초과해 넣은 원금은 연금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소득공제를 받은 금액의 경우 연금으로 받지 않고 중도에 찾으면 기타소득세(22%)를 내야 하니 중도해지는 삼가는 게 좋다. 윤기림 팍스넷 수석컨설턴트는 "연금저축계좌는 한 사람이 여러 개 보유할 수도 있는 만큼,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으로 적절히 분산해서 0.1%포인트라도 더 수익을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