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다하는 '착한 기업'… 株價는 부진

착한 기업은 주가도 착할까. 안타깝지만 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를 지수로 만든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지수(SRI)가 올 들어서 코스피지수보다 훨씬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착하다고 해도 주가는 별개

올 들어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지수는 6.2% 하락, 코스피지수(-3.3%)보다 크게 떨어졌다. 지난 1년간을 봐도 마찬가지다. 사회책임투자지수 상승률은 -5.5%로 코스피지수 상승률(-0.9%)보다 훨씬 부진했다.

지수를 구성하는 70개 종목 중 지난 1년간 하락한 종목의 수가 47개로 상승 종목 수(23개)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종목들의 지난 1년간 주가 상승률 평균은 -6.1%에 그쳤다. GS건설이 65% 가까이 급락했고, 현대상선은 63.8%, 삼성엔지니어링도 58.84% 하락했다.

CJ오쇼핑이 홈쇼핑 업계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80% 넘게 오르고, 한국가스공사가 모잠비크 자원 개발 기대감으로 60%가량 오르는 등 일부 종목들이 선전하며 그나마 하락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지수 대표성 문제도

착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한 근본 이유는 SRI 지수 종목 선정 방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거래대금ㆍ시가총액 등을 심의 기준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대기업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서 올해 대형주 주가가 부진하다 보니 평균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는 SRI 편입 종목을 선정할 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평가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통합평가등급'과 시가총액, 거래대금을 활용한다. 시가총액은 최근 3개월 일평균 시가총액이 보통주 상장 종목 순위 상위 50% 이내여야 하며 거래대금은 최근 3개월 일평균거래대금이 보통주 상장 종목 순위 상위 70% 이내여야 한다. 도박, 주류, 무기, 담배 등 업종을 주 영업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도 있지만 이 조건에 해당되는 기업은 많지 않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 통합등급 내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등급 B+ 이상을 받은 기업의 80%가 코스피200에 해당한다. 코스피200에 속한 대형주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ESG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지수에 포함된 70개 기업 중 코스닥 시장 종목은 CJ오쇼핑, 다음, 안랩, 에스에프에이 4개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대형주가 강세였던 2009~2011년까지 SRI지수 상승률은 89.66%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71.2%)을 크게 웃돌아, "착한 기업이 주가도 좋다"는 식의 얘기도 나왔었다. 그러나 올 들어 엔화 약세와 해외 경기 부진 등으로 수출 대형주들의 주가가 부진하자 착한 기업 지수도 크게 떨어졌다.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는 착한 기업?

이 지수가 '착한기업지수'로 봐도 좋으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SRI 지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종목은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다. 삼성전자·현대차 등이 사회 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이런 방식이라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 공헌을 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선행기업'을 대표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구미(歐美)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사회 공헌 기업이라고 해도 제품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구매하진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신발제조 업체인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살 때마다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등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신발을 기부하는 '원 포 원 (one for one)' 판매 전략으로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으나, 한국의 경우 아직 이런 사례는 돋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책임투자지수(SRI)

한국거래소가 지난 2009년부터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중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ESG)가 우수한 기업들을 모아서 만들어 놓은 지수로, ‘착한기업지수’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