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人] 여성가족부 첫 고졸 9급공무원 출신 女국장 탄생

"힘들었던 일이야 많았죠. 하지만 핑계처럼 들릴까 봐 불평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어요, 남들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개월 만인 1975년 5월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대학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사립대 진학은 엄두도 못 내고 학비 저렴한 국립대에 가려고 준비하던 중이었다. 다섯 남매 중 둘째였던 그는 "직장 다니면서도 공부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출발한 9급 공무원이 38년 만에 '고위 공무원'이 됐다.

여성가족부 박현숙(56) 청소년정책과장(3급 공무원)이 지난 3일 여성정책국장으로 승진, 고졸 9급 출신으로 여성 고위 공무원이 됐다. 지난해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유은숙 기획조정실장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승진으로 그는 '고위 공무원단'에 들었다. 2006년부터 고위 공무원단에 들면 직급이 사라지고 직무에 따라 가등급과 나등급으로 나뉜다. 박 국장은 나등급이다.

9급 공채로 군포시에서 일하던 그는 1996년 8월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정무 제2장관실로 옮겨왔다. 일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열정은 잃지 않았다.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와 초등교육과를 차례로 졸업했다. 1993년에는 경기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박 국장은 여성가족부에 몸담은 지난 17년 동안 정책총괄과·총무과·권익기획과 등을 두루 거쳤고, 가는 곳마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운영지원과장이었던 2009~2010년에는 기록물 관리와 정보 공개 평가에서 대통령 표창을, 경력단절여성지원과장이었던 2011년에는 '새일센터' 사업으로 정부 업무 평가 일자리 창출 부문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청소년정책과장 때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한 부분을 인정받아 'UN 공공행정상'을 받았다.

초등교원·사서·경영지도사 등의 자격증도 갖고 있다는 박 국장은 "일에 지치고 힘들 때는 '다 그만두고 따놓은 자격증으로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려면 뭐든 몸으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