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도 좋지만… 회사 이름에 '哲學'을 담는다
입력 : 2013.05.05 22:43
'이노베이션' '유플러스' 등 사업 범위 넓어지면서 유행
80년대엔 중공업, 건설 등 업종
90년대 이후 케미컬·텔레콤 등 세계화 추세 따라 영어가 대세
"회사 이름 바뀌면 값어치 떨어진다던데…" "스키노베이션으로 읽을 것 같네요."
2010년 말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말이다. 이 회사는 2011년 1월 초 정유와 화학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바꿀 예정이었다. 2007년 7월부터 써온 SK에너지란 이름은 정유 부문 자회사가 갖기로 하고, 지주사 이름을 SK이노베이션으로 정했다.
당시만 해도 회사 이름에 혁신이란 뜻의 영어인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회사인 SK에너지나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lubricant·윤활유)처럼 업종이나 제품을 그룹 이름 뒤에 붙이는 게 자연스러웠다.
◇사업 범위 넓어지면서 철학적 작명 등장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은 대한석유공사(유공)로 출발해 SK주식회사, SK에너지 등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다. 과거 정유라는 명확한 업종이 있었지만, 점차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으로 사업 범위가 넓어졌다. 자회사의 다양한 사업 분야와 지주사가 담당할 석유개발·전기차 배터리 등의 사업 성격은 기존 관습대로 사명(社名)을 정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결국 '이노베이션', '엔비젼', '테크노브릿지' 등 신기술 개발을 의미하면서도 회사 성격을 한눈에 알기 어려운 이름들이 후보로 올라왔고, 그중 '이노베이션'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2010년 말 SK에너지(현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말이다. 이 회사는 2011년 1월 초 정유와 화학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바꿀 예정이었다. 2007년 7월부터 써온 SK에너지란 이름은 정유 부문 자회사가 갖기로 하고, 지주사 이름을 SK이노베이션으로 정했다.
당시만 해도 회사 이름에 혁신이란 뜻의 영어인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쓴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자회사인 SK에너지나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lubricant·윤활유)처럼 업종이나 제품을 그룹 이름 뒤에 붙이는 게 자연스러웠다.
◇사업 범위 넓어지면서 철학적 작명 등장
지금의 SK이노베이션은 대한석유공사(유공)로 출발해 SK주식회사, SK에너지 등으로 이름을 바꾼 회사다. 과거 정유라는 명확한 업종이 있었지만, 점차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으로 사업 범위가 넓어졌다. 자회사의 다양한 사업 분야와 지주사가 담당할 석유개발·전기차 배터리 등의 사업 성격은 기존 관습대로 사명(社名)을 정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했다. 결국 '이노베이션', '엔비젼', '테크노브릿지' 등 신기술 개발을 의미하면서도 회사 성격을 한눈에 알기 어려운 이름들이 후보로 올라왔고, 그중 '이노베이션'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당시 사명 변경 작업을 진행했던 한국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현 대표는 "이노베이션이란 이름의 가장 큰 의미는 이 기업이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규정하지 않고, 확대했다는 것"이라며 "국내 기업 가운데 최초로 회사 이름에 철학적인 단어를 쓴 사례"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업종 등을 벗어난 이름을 쓴 건 LPG(액화석유가스) 업체 E1이 사실상 처음이다. 본래 LG칼텍스가스였던 이 회사는 모회사 격인 LS그룹보다 1년 먼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마치면서 2004년 '에너지 퍼스트'라는 의미로 이름을 정했다. E1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환경(environment)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교육(education)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담은 작명"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 위주로 감성적인 이름 짓기는 유행하는 추세다.
후발 주자인 LG텔레콤은 2010년 7월 '탈(脫) 통신'을 선언하면서 LG유플러스로 이름을 바꿨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의 유비쿼터스에서 따온 'U'에, 고객에게 가치를 더한다는 뜻으로 '플러스'를 붙였다.
2011년 10월엔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플랫폼 전문 기업이 SK플래닛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플랫폼과 네트워킹에서 영어 철자를 따왔다. 행성(planet)이란 본래 뜻에선 새로움이 넘치는 세상이란 의미를 가져왔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포털을 경쟁업체로 보기도 어려웠고, 모회사와 부딪치는 통신의 뜻을 담기도 어려워 추상적인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회사와 그룹 마케팅하는 효과도
국내 기업 이름은 시장 확대와 사업 범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추세다. 1980년대까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글로 업종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추세를 따라 영어 이름이 대세가 됐다. 2002년 한국전기통신공사는 민영화와 함께 KT로 이름을 바꿨고, 같은 해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도 포스코로 바꿨다.
철학적인 이름 붙이기는 경쟁이 거세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엔 회사마다 전자·건설·유통 등 전문 분야 하나만 잘해도 성장이 가능했지만, 점차 경쟁이 거세지고 복잡해지면서 업종을 나타내는 비즈니스 언어로는 기업의 그릇을 작게 만든다는 우려가 커졌다. 박재현 대표는 "회사 성격이 정해져 있으면 10년 뒤, 20년 뒤의 사업 모델이 나오기 어렵다"며 "고객들의 잠재된 요구까지 기업이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을 공개한 2007년 애플컴퓨터에서 '컴퓨터'를 떼어냈다. 휴대폰과 TV 등으로 사업을 넓힌 데 따른 결과다. 구글은 10의 100 제곱을 뜻하는 구골(googol)에서 유래했다. 2011년엔 영국의 통신 회사 오렌지와 T-모바일이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모든 것, 모든 곳'이란 뜻으로 에브리싱 에브리웨어(Everything everywhere)라고 지었다. 네임넷 이승훈 이사는 "이름은 길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점을 아주 쉽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명은 그룹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란 회사 이름이 2년 이상 고객들에게 전달되면서, 이제 이노베이션은 SK그룹을 떠올리는 말이 됐다"며 "다른 그룹들로선 아픈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 그룹이 '또 하나의 가족(삼성)', 'OK(SK)', '사랑해요(LG)' 등 관련 이미지 구축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사명이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업종 등을 벗어난 이름을 쓴 건 LPG(액화석유가스) 업체 E1이 사실상 처음이다. 본래 LG칼텍스가스였던 이 회사는 모회사 격인 LS그룹보다 1년 먼저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를 마치면서 2004년 '에너지 퍼스트'라는 의미로 이름을 정했다. E1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향후 환경(environment)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교육(education)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담은 작명"이라고 말했다. 통신 업계 위주로 감성적인 이름 짓기는 유행하는 추세다.
후발 주자인 LG텔레콤은 2010년 7월 '탈(脫) 통신'을 선언하면서 LG유플러스로 이름을 바꿨다.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의 유비쿼터스에서 따온 'U'에, 고객에게 가치를 더한다는 뜻으로 '플러스'를 붙였다.
2011년 10월엔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플랫폼 전문 기업이 SK플래닛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플랫폼과 네트워킹에서 영어 철자를 따왔다. 행성(planet)이란 본래 뜻에선 새로움이 넘치는 세상이란 의미를 가져왔다. SK플래닛 관계자는 "포털을 경쟁업체로 보기도 어려웠고, 모회사와 부딪치는 통신의 뜻을 담기도 어려워 추상적인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회사와 그룹 마케팅하는 효과도
국내 기업 이름은 시장 확대와 사업 범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추세다. 1980년대까진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글로 업종을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추세를 따라 영어 이름이 대세가 됐다. 2002년 한국전기통신공사는 민영화와 함께 KT로 이름을 바꿨고, 같은 해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도 포스코로 바꿨다.
철학적인 이름 붙이기는 경쟁이 거세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과거엔 회사마다 전자·건설·유통 등 전문 분야 하나만 잘해도 성장이 가능했지만, 점차 경쟁이 거세지고 복잡해지면서 업종을 나타내는 비즈니스 언어로는 기업의 그릇을 작게 만든다는 우려가 커졌다. 박재현 대표는 "회사 성격이 정해져 있으면 10년 뒤, 20년 뒤의 사업 모델이 나오기 어렵다"며 "고객들의 잠재된 요구까지 기업이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필요성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의 애플은 아이폰을 공개한 2007년 애플컴퓨터에서 '컴퓨터'를 떼어냈다. 휴대폰과 TV 등으로 사업을 넓힌 데 따른 결과다. 구글은 10의 100 제곱을 뜻하는 구골(googol)에서 유래했다. 2011년엔 영국의 통신 회사 오렌지와 T-모바일이 합병하면서 회사 이름을 '모든 것, 모든 곳'이란 뜻으로 에브리싱 에브리웨어(Everything everywhere)라고 지었다. 네임넷 이승훈 이사는 "이름은 길지만, 회사가 지향하는 점을 아주 쉽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명은 그룹 마케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란 회사 이름이 2년 이상 고객들에게 전달되면서, 이제 이노베이션은 SK그룹을 떠올리는 말이 됐다"며 "다른 그룹들로선 아픈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 그룹이 '또 하나의 가족(삼성)', 'OK(SK)', '사랑해요(LG)' 등 관련 이미지 구축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는 상황에서 사명이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