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팔아 돈 번다니 절 보고 '봉이 김선달'이래요"

한때 그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불렸다. '공짜'인 날씨를 팔아 돈 번다고 주위 사람들 핀잔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럴수록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 누구나 생각하고 덤벼드는 아이템이라면 굳이 내가 나설 이유가 없지.' 1997년 국내 제1호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를 설립, 17년째 날씨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김동식(42) 케이웨더 대표의 도전 순간이다.

그가 하는 일은 일반인에게 날씨 예보하기, 기업·단체가 원하는 지역의 날씨 정보를 주고 그 날씨를 경영에 어떻게 활용할지 상담해주기, 기상장비 만들기 등이다. 줄이면 '기상청에서 기초 날씨 데이터를 구입해 고객이 원하는 정보로 가공해 되팔기'다.

직원은 100여명, 한 해 매출은 최소 150억원이다. 16년 전만 해도 그는 MIT에서 공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보장돼 있던 대학교수 자리를 마다하고 날씨 경영에 뛰어든 건 "죽었다 깨어나도 천재는 못 된다는 현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MIT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이정표가 틀어졌다. 마침 모든 교수가 탐내는 친구 하나가 전공과 상관없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업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좋아하는 일에 몸을 던질 거야'란 그 친구의 말에 가슴이 고동쳤다"고 했다.

건축자재 사업을 하는 부친을 따라 일본을 드나들면서 신기하게 봤던 날씨 회사를 떠올렸다. 날씨는 데이터와의 싸움. 장기간 축적한 날씨 정보를 질 좋은 정보로 가공해내는 게 그가 할 일이었다. 학업을 포기하고 한국에 왔더니 별별 소문이 다 났다. 그중 하나가 '동식이 바람났다'였다. '동식이 웨더(weather)한다더라'가 '동식이 외도(外道)한다더라'로 와전된 거였다.

현재는 '기상사업자'로 명칭이 바뀐 '민간예보사업자'에 1997년 7월 1일 1호로 등록했다. '맨땅에 헤딩'이었다. 어느 단체가 별자리 관찰 행사를 열고 싶다며 행사 예정 장소의 날씨를 의뢰해, 기상을 관측하고 날짜까지 잡아줬지만 약속한 비용을 줄 생각을 안 했다. 사업 첫해 매출은 몇 백만원이 전부.

3년이 지나서야 대형 건설업체, 조선소가 손짓하기 시작했다. 그가 제공한 맞춤형 날씨 정보 덕에 비 오는 날을 피해가며 콘크리트를 다지고 페인트칠을 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2007년 매출 120억원을 넘겼다. "사람들은 이제 기상정보를 공짜로 달라고는 안 한다"며 웃던 그는, "기업의 3대 위험요소에 날씨가 포함된다. 외국에선 날씨 핑계 대는 CEO를 가장 무능하게 여긴다"고 했다.

"편의점 업계 코리아세븐은 여름철 정오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날씨가 맑다가 비가 온다는 정보가 전달되면 도시락과 김밥의 발주량을 10~15% 줄여서 재고량·폐기 물량을 줄입니다. 겨울철엔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준비하고요."

그는 최근 '날씨 읽어주는 CEO'(프리스마)를 펴냈다. "현실적인 돈키호테가 되고 싶어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걸 된다고 보여주는 사람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