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국악 콘서트, 어머니 덕분이죠"

서울 신당동 미싱 공장 건물 5층에선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흥겨운 국악이 울려 퍼진다. 중요무형문화재 서도소리 및 평산소놀음굿 이수자인 박정욱(48) 명창이 지난 2002년부터 열고 있는 '국악 하우스콘서트'. 박 명창은 이 건물 5층을 빌려 '가례헌(嘉禮軒)'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11년째 콘서트를 연다.

콘서트가 있는 날이면 어머니 신용달(82)씨는 아침부터 빈대떡과 전을 부치고 밑반찬을 장만하느라 부산하다. "귀한 손님들 배곯게 할 수 없다"며 공연 전에는 나물과 김치를 곁들인 밥상을, 뒤풀이로는 막걸리와 전을 내온다. 신씨는 8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을 받는다.

박씨에게 서도소리는 "가슴속 한을 묵히고 삭혔다가 대나무가 쪼개지고 찬바람이 불듯이 날카롭고 격렬하게 토해내는 소리"다. 1971년 경찰을 그만둔 아버지는 부산에서 보험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기를 당했다.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에 빠졌고, 가정은 풍비박산 났다. 어머니 신씨가 경남 김해에서 부추와 풋고추를 떼어다가 행상을 하면, 아들 박씨는 온종일 밭고랑을 맸다. 어릴 적 김해에서 시조를 배운 박씨는 "국악고에 가고 싶었지만, 생계 걱정에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고 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박씨는 군 제대 후 김정연(1913~87) 명창과 이은관(96) 명창에게 서도소리와 배뱅잇굿을 배웠다. 그는 "전통은 엄마와 같다. 버릴 수도 없고, 그저 운명처럼 다가오니까"라고 했다.

2011년 박씨가 대표를 맡은 한국서도소리연구보존회는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장한 어머니상'을 받게 된 신씨는 "아들이 장하지, 내가 한 일이 뭐가 있다고. 한없이 부끄럽네"라면서 아들의 손을 꼭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