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믿을 기업회계… 주로 건설株서 뒤통수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들까지 "기업의 회계를 믿을 수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GS건설의 해외사업장 손실 처리가 실제론 분식회계였다는 법무법인의 주장이 나왔고,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의 회계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마이너스 매출' 나온 건설사

건설사 S사는 최근 한 사업장에서 마이너스 매출이 발생했다. 매출은 그냥 쌓이기만 하는 것인데 마이너스가 발생한 사연은 무엇일까?

국내 건설사는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 및 영업이익을 반영한다. 1조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고 예상 매출이 1조원이라고 한다면 50% 진행됐을 때 5000억원의 매출을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식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건설 경기가 악화하고 경쟁이 격화되면서 예상 매출과 실제 매출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환율이 급변하는 점도 실적 추정이 맞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S사의 경우 미리 매출을 반영했다가 공사 기간이 너무 길어지며 이미 반영했던 매출을 깎아야 했다.

앞서 대규모 적자를 낸 GS건설, 상장폐지 위기를 겪은 쌍용건설의 경우도 비슷하다. GS건설은 완공을 1년 앞둔 해외 사업장의 예정 원가를 갑자기 4050억원이나 늘리는 등 5290억원의 원가를 반영해 1분기 대규모 적자가 났다. 쌍용건설은 회사 매각이 실패하자 기존의 예상 손실을 한꺼번에 반영했다.

건설주에서 유독 '회계 쇼크'가 잦은 이유는 지난 2011년 국제회계기준이 도입될 때 다른 나라와 달리 공사 진행률에 따라 매출, 영업이익을 반영하는 예외를 인정받아서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청약을 받고 계약금, 중도금을 수령하는 독특한 선분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미리 받는 돈(선수금)은 부채로 잡혀 재무 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

◇지분율 규정도 애매

지난해 말 한 코스닥 기업은 퇴출을 피하려고 한 비상장 우량 기업의 지분을 10% 사들였다. 이 비상장 기업의 연 순이익은 20억원 정도였다. 그리고 이 코스닥 기업은 지분이 10%밖에 없는데도 20억원을 모두 본사의 영업이익으로 잡으려고 시도했었다. 어떻게 이런 것이 가능할까?

현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지분율이 낮아도 인사권,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출하면 실적을 100% 반영할 수 있다. 지분율보다 지배권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다 보니 피해 사례도 나온다. 현대자동차의 중국법인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의 지분이 50%인데도 실질 지배력을 인정받지 못해 연결 영업이익엔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부채인가 자본인가

지난해 말 두산인프라코어는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에서 5억달러를 자본으로 분류한 재무제표, 감사보고서를 승인했다. 그런데 금융 감독 당국은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이 맞는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는 다른 나라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으로 분류한다. 신종자본증권이 주식처럼 만기, 이자율이 변할 수 있어 자본으로 분류하게끔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금융 당국은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아직까지 뜸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