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귀농·귀촌활성화센터를 시작으로 창립된 진안군 뿌리협회는, 1년 내내 끊임없는 프로그램 진행과 신사업 개발을 통해 후배 귀농인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진안군의 행정과 연계해 도시민유치지원사업 등 귀농·귀촌 지원정책 일부를 수탁 진행하며 다각적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선배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풀어놓으며 후배 귀농인 양성에 힘쓰는 진안 뿌리협회, 그 훈훈한 현장을 찾아갔다.
상담 2천여 건의 귀농 노하우-뱅크
전라북도 진안에 있는 뿌리협회에는 귀농을 원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귀농·귀촌인들이 정착과정에서 겪은 애로사항들을 상호부조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후배 귀농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정보를 축적하고 그것을 교환할 목적으로 협회가 설립되었습니다.”
뿌리협회 최태영 회장은 ‘후배 귀농인’이란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이는 2008년 귀농·귀촌활성화센터 때부터 축적해온 귀농의 성공 노하우를 세세하게 기록·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홍보 책자와 홈페이지, 상담을 통해 아낌없이 나누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진안군 뿌리협회는, 당시 서상진 회장을 중심으로 103명의 귀농인 회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끊임없는 프로그램 개발 및 진행으로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의 발길을 모으던 중, 현 최태영 회장이 취임하고 7개월 뒤 비영리단체로 등록했다. 영리를 철저하게 배제한 순수 귀농 노하우-뱅크를 선언한 것이다.
귀농상담 2천여 건, 견학내방 안내 및 강의 80여 건(1천 명), 귀농학교 운영 16회(연 1천 명), 귀농귀촌문화제 6회 실시, 뿌리생활문학상 5년 연속 실시, 귀농귀촌페스티벌 등 대규모 홍보행사 매년 참가, 귀농귀촌전국대회 창설 및 주최(2008), 뿌리협회지(귀농인소식지) 통권 18호 발행·배포, 귀농지원정책 제시 및 토론회 등 참여 18회, 귀농·귀촌인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 발굴, 채용지원(2010~2011년), 역내 귀농·귀촌인 소모임 및 관심사 동아리활동 지원, 토종씨앗/토종농법 보전보급 활동(4년 연속), 에너지 자립을 위한 농촌생활 적정기술 보급 활동(2009~) 등이 이를 대변한다.
자립과 공생을 슬로건으로
“행정에 의존하지 않는 귀농·귀촌인의 자립심 배양, 지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높은 의식 수준으로의 전환, 기존 주민 및 자연 생태계와 함께 공생하는 삶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가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뿌리협회의 슬로건을 이야기하며, 귀농·귀촌인의 ‘자립’과 주민 및 자연과의 ‘공생’을 강조한다.
협회에서 말하는 자립이란 정책지원금과는 거리가 멀다. ‘물고기를 주는 것이 아닌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협회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실제 협회는 지원에 대한 문의에 있어선 군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주는 것으로 대신한다. 하지만 귀농에 대한 실질적인 어려움에 대해선 협회지 발행과 다양한 교육을 통해 친절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와 같은 협회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기록된 진안의 귀농인 가구수는 764세대이다. 나아가 해마다 귀농인의 수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 협회의 지원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또한 진안군의 독창적인 귀농인 유치정책인 ‘마을 만들기의 협력자(동반자)’ 사업으로 지역주민과 공생을 통한 귀농정착에도 앞장서고 있다.
‘마을 만들기의 협력자’ 사업은 농촌에서 농업 이외 분야의 활동(창업 포함)으로 농촌사회 전체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신개념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마을 간사 등 도시민 재능을 활용해 신규직종을 개발하는 것부터 문화·예술·복지·전통농업 분야에서의 공익적 사회기능을 인정하는 것까지를 한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사업을 통해 선배 귀농인이 지역주민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게 된 뒤에는, 후배 귀농인들의 전입이 원활해지는 효과도 얻게 됐다.
협회에서 강조하는 ‘자립’과 ‘공생’은 최 회장의 말대로 ‘지원금을 활용한 순간의 행복이 아닌 영원한 고향’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진안군 귀농의 중심 언론, 협회지 창간
뿌리협회의 협회지인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삶’은 진안군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교과서가 된 지 오래다. 18호까지 발행한 협회지는 50페이지 전후로 발간되고 있으며, 귀농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협회지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정책지원금에만 매달려 귀농을 결정한다 거나, 지역주민을 고려하지 않고 귀농을 준비해 실패를 맛보는 이들에게 사고방식의 전환과 귀농지원정책에 건전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협회지에는 ‘소농’에 대한 선배들의 조언과 ‘귀농 길라잡이’ 등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특히 ‘이장님들에게’, ‘이런 귀농인을 바란다’ 등 지역주민이나 귀농인을 향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귀농의 성공 여부는 사고의 전환에 달려있음을 강조한다.
협회지는 진안군으로의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을 읽어봤을 진안군 귀농의 핵심 언론으로 자리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준비하다
귀농인을 위한 다각적인 도움을 넘어 협회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단체의 경제적 자립’, 그것이 바로 협회가 바라보는 미래이다.
이를 위해 협회는 귀농 지원 정책뿐 아니라 농촌 지자체의 각종 정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협의적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후 미래 지향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건전한 의견제시자(opinion group)이자 실질적 활동가들의 단체로 거듭나는 것이 그 두 번째 과제. 최종 목표인 사회적 기업으로의 성격 전환은, 협동조합이나 농어촌공동체회사, 마을기업 등의 형태로 거듭하는 것이다.
“귀농인이 자립할 수 있고, 지역주민과 공생하여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촉매제로서의 구실을 하기 위해 끊임없는 발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안내자, 지역사회의 지킴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뿌리협회는 토종종자 보급, 에너지자립 적정기술 보급, 노인대학 운영 등의 활동을 통해 지역주민의 생활방식 변화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나아가 진안군의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미니인터뷰
진안군 뿌리협회 회장 최태영
귀농이란 농사나 짓고 전원생활이나 누리는 것이 아니다. 한 지역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다.
Q. 진안군 뿌리협회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1999년까지 은행원으로 근무하다 8년여의 세월 동안 도예와 명상수련을 했다. 이후 2007년 서울에서 진안군으로 귀농했다. 2008년에 진안군 직영사무소인 ‘귀농·귀촌활성화 센터’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다 2009년 더 큰 봉사를 위해 뿌리협회를 설립하게 됐다. 당시에는 사무국장으로 설립을 주도했으며, 2011년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협회는 수익을 위함이 아닌 봉사를 목적으로 설립된 만큼 많은 귀농인과 지역주민에게, 나아가 진안군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Q. 뿌리협회만의 강점이라면?
행정 업무상 귀농을 위해 기관이나 타 협회를 찾으면, 담당자를 찾아다니다 하루를 보내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뿌리협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원-스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운영방침을 지키고 있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부터 전국적 행사 참여, 홍보지 발간과 뿌리문학상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지역주민과 귀농인 삶의 질 향상에 힘쓰고 있다.
Q. 선배 귀농인으로서의 조언이 있다면?
귀농이란 농사나 짓고 전원생활이나 누리는 것이 아니다. 한 지역에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라야 행복한, 성공한 귀농인의 삶을 누릴 수 있다. 도시로부터 숨거나 도망을 가기 위해서, 혹은 편안한 휴식을 위해서, 큰 돈을 벌기 위해서 귀농을 계획했다면 뿌리협회로의 방문은 절대 금지한다. 그런 행위는 농촌사회의 뿌리를 흔드는 행위이기에 다시 한 번 귀농의 목적과 이유, 준비여부를 비롯한 사고의 전환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진안군 뿌리협회 간사 이주영
생계형의 경우는, 스스로 발품을 팔아 몸소 체험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Q. 귀촌 후의 삶을 소개한다면?
3년간의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기 위해 귀촌을 결심했다. 처음엔 아무런 준비 없이 연고도 없는 진안군으로 와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2009년 귀촌을 했는데, 1년 후에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신중히 고민하기도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뿌리협회 등의 비영리단체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큰 도움이 됐을 거로 생각한다. 현재는 협회에서 간사로 일도 하고, 남편도 새 일을 구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Q. 가장 많이 상담해오는 내용은?
아무래도 빈집을 찾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 부분은 협회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군청이나 이장님, 마을 어르신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해보는 수밖에 없다. 또한 베이비붐세대의 은퇴 후 전원생활을 원하는 이들과 도시생활이 힘들어서 생계형으로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의 문의가 많다. 특히 생계형의 경우는, 스스로 발품을 팔아 몸소 체험해 볼 것을 권장하고 있다.
Q. 뿌리협회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부천에 살고 있던 귀농 희망자가 땅값이 싸서 그냥 샀는데, 활용할 수 없는 땅인 걸 나중에야 알고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곳저곳 알아보다 마을 이장님과 합의 후 마을회관의 숙소로 활용하게 된 일이 있었다. 문제가 해결된 이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작게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일에 대한 보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