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왜 1등株 팔고 2등株 사들일까?

최근 주식시장에서 2등기업들의 주가가 돋보인다.

업종 내 시가총액 기준 2등주가 1등주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 전문가들은 '2등'들의 실적이 올해 좋아지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특히 외국인이 이 실적 개선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보다 LG전자, SK텔레콤보다 LG유플러스

올해 전기전자(IT)업종의 1등주 삼성전자는 1.9%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 LG전자는 14.9% 올랐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전분기 대비 200% 증가한 영업이익(3495억원)을 기록했다. 그간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부 실적이 옵티머스 시리즈 열풍에 힘입어 빠르게 호전된 덕분이다. LG전자는 1분기에만 1000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팔았다. KDB대우증권 박원재 연구원은 "LG전자의 올해 스마트폰 판매량(4700만대)은 작년의 2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종 1위 기업 SK텔레콤은 올 들어 40.0%나 올랐다. 정부의 마케팅 규제 정책으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2등인 LG유플러스는 이보다도 더욱더 올랐다. 주가 상승률이 53.2%에 이른다. LG유플러스는 LTE(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덕분에 통신업체 중 실적이 가장 개선된 회사다. LG유플러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2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직전 분기 대비 71% 증가했다.

화학업종에서는 2등주 한솔케미칼이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17.2% 상승했다. 반면 1등주인 LG화학은 20.8% 하락했다. KDB대우증권 조우형 연구원은 "작년 주요 화학 업체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평균 60% 감소했지만, 비용 절감을 한 한솔케미칼은 오히려 영업이익이 7.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종목은 엔화 약세 현상과 리콜(무상 수리 조치) 사태로 일제히 약세를 보인 가운데 현대차가 11.0% 하락했다. 반면 기아차는 3.2% 내리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두 종목 모두 올해 실적 부진이 예상됐지만, 현대차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1등주 팔고 2등주 사들여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1등주 매도를 통해 이익을 실현하고 2등주를 매수하면서 자연스럽게 개별 종목 주가도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한 달간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9754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는 와중에도 전기전자(IT)업종과 자동차업종의 2등주를 많이 사들였다. 외국인은 LG전자를 3419억원, LG디스플레이를 1026억원, 기아차를 622억원, 삼성테크윈을 382억원, 삼성SDI를 379억원, LG유플러스를 320억원 순매수했다.

반면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IT업종과 자동차업종의 대표 종목이었다. 외국인은 지난 한 달간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6899억원, 4468억원 순매도했다. LG화학은 943억원어치 팔았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 1, 2위도 삼성전자(2조5147억원)와 현대차(9083억원)였다.

◇2등주 약진 언제까지 갈까

대체로 전문가들은 당분간 2등 종목의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 교보증권 김형렬 투자전략팀장은 "개별종목 장세가 진행되면서 각 기업의 실적과 특징에 따라 전통적인 1등주보다 주목받는 2등주가 늘고 있다"며 "2등 업체의 실적만 받쳐준다면 이런 추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종별로 2등주가 선전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2등주' 키워드만을 따라 투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LG전자는 애플과 삼성의 구도에서 애플이 물러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고, 한솔케미칼은 LG화학과 다른 판매 품목으로 불황을 비껴갔다"며 "업종별로 2등주가 상승하는 요인이 다르기 때문에 각 종목이 산업 내에서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