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황엔 튀어야 산다"… 증권사들 이색 마케팅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증권사들의 마케팅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시기를 맞이하자, 예전과 차별화되는 창조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내어 불황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이다. 마치 종합상사맨처럼 전 세계를 누비면서 국내에 들여와 돈이 될 만한 좋은 물건을 찾아나서고, 유통업체들이 쓰는 쿠폰 제도를 들여와 단골 고객에게 보너스 금리를 주기도 한다. 주식거래 수수료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신개념 서비스도 등장했다.

◇똘똘한 금융상품 발굴에 목숨 거는 증권사

지난달 서울·수도권 일대에선 탐험가 복장을 한 젊은 남녀가 파란색 차량을 타고 나타나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게릴라 이벤트가 펼쳐졌다. 우리투자증권이 야심차게 출범한 '미래상품발굴단'의 이색 마케팅 활동이다. 미래상품발굴단은,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한국에 아직 나온 적이 없는 똘똘한 상품을 물색해서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 내 별동대다. 미래상품발굴단이 지난 3월 첫 작품으로 선보인 상품(100세시대 플러스인컴랩)은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과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월(月) 지급식 랩 상품인데, 출시 두 달 만에 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유치했다.

증권사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만 갖고서는 예전처럼 높은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지자, 해외로 눈을 돌려 다양한 신종 상품을 발굴해 판매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업계 최초로 일본 투자자들에게 인기있는 우리다시본드(통화선택형 해외 채권)를 공수해서 팔고 있다. 동양증권은 인도 국채를,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호주·러시아·말레이시아·남아공 국채 등 아직 국내 투자자들에겐 생소하지만 0.1%포인트라도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을 속속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보너스 금리 받는 쿠폰 제공… 수수료 후불 결제

대우증권은 지난달 유통업체에서 쓰이던 쿠폰 개념을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접목한 신상품인 'KDB대우 쿠폰 CMA'를 출시했다. 펀드·주가연계증권(ELS)·채권·신탁·퇴직연금·랩(Wrap)과 같은 금융상품에 가입하면 거래 실적에 따라 포인트가 쌓이고, 일정 포인트가 쌓이면 쿠폰으로 바꿀 수 있다. 가령 ELS에 1억원을 넣으면 포인트 1억점이 쌓이는데, 포인트 1억점은 2%포인트 금리를 더 얹어주는 CMA쿠폰으로 바꿀 수 있다. 일반 CMA 금리가 현재 연 2.65% 수준인데, 2% 쿠폰을 쓰면 연 4.65%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쿠폰의 금리 우대 기능을 활용하면 1억원 예치 시 한 달에 약 17만원(세전)의 이자를 더 챙기는 효과가 있다. 주식 거래를 하는 투자자라면 주식매매 수수료 6만원 할인 쿠폰으로 받을 수도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2일 주식거래 수수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통상 주식거래 수수료는 전액 현금으로 선결제해야 하는데, 그런 상식을 과감히 뒤집은 것이다. 은행에서 증권 계좌를 만든 투자자는 카드로 수수료를 후불 결제할 수 있다. 김상원 대신증권 부장은 "카드 사용 실적만큼 포인트가 쌓이고, 최장 45일까지 수수료 결제가 늦춰져 투자금을 그만큼 오래 활용할 수 있으니 주식 거래를 많이 하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아예 수수료를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 삼성증권의 신규·휴면 고객은 올 연말까지 모바일 주식 거래 수수료가 공짜다. 또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에 별도로 참여하면 2014년 1년간 0.01%의 저렴한 수수료로 모바일 주식 거래를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