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8개 지방공기업, 빚이 LTE 속도로 불어난다… 3년만에 50% 급증

"겉만 번지르르하면 뭐합니까. 이런 식이면 올림픽 유치는 재앙이에요."

지난해 7월 강원도민 552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공을 세웠던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은 '알펜시아 리조트' 부실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것이었다.

강원도는 2004년 지방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를 통해 골프장, 스키장 등이 포함된 종합 리조트 공사를 시작했다. 2010 동계올림픽 유치 신청에서 캐나다 밴쿠버에 진 원인을 기반시설 부족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은 7차례 계획 변경을 거치며 차질을 빚더니, 예산이 당초 1조1245억원에서 1조6836억원으로 급증했다. 강원도는 콘도 등 분양으로 사업비를 회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분양률이 20%를 겨우 넘는 최악의 성적표였다. 이로 인해 사업을 진행한 강원도개발공사는 골병이 들었다. 강원도개발공사의 현재 부채비율은 343.8%에 이르고, 부채 이자 부담 등을 못 이겨 2011년 순손실461억원을 냈다. 하루에 내야 하는 이자만 1억이 넘는 재무구조 탓이다. 김 전 지사는 검찰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강원도개발공사는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곳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방공기업의 부실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공기업의 부실은 유지 불가능한 수준이며, 결국 지방자치단체 나아가 중앙정부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3년만에 부채 50% 증가, 너무 빨라

지방공기업은 2012년 말 현재 388개가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경영하거나, 출자한 뒤 민간에 경영을 맡긴 곳들이다. 서울, 부산, 대구 등 7개 광역시별로 있는 지하철공사와, 16개 시도에 있는 도시개발공사가 대표적인 지방공기업이다. 2000년 272개였던 지방공기업은 12년 새 100개 이상 증가했다. 현재 이들의 총자산은 160조원이다. 부채는 2011년 말 기준 69조1000억원이다. 얼핏 자산과 비교하면 작아 보이지만, 지방자치단체 부채 28조원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다.

더 큰 문제는 증가 속도다. 지방공기업 부채 2008년 47조8128억원에서 3년 만에 44.5% 증가했다. 2003년과 비교하면 지자체 채무는 2003년 17조원에서 2011년 28조원으로 11조원 증가했지만, 지방공기업 부채는 21조원에서 69조원으로 48조원이나 증가했다. 연평균 17%의 증가율이다.

지방공기업 부채 문제는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부채비율이 괜찮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지방공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76.2%이다. 부채 규모가 자본금 대비 76.2%란 뜻이다. 이는 일반 공기업 부채비율 196.9%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으로, 양호해 보인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대기업 중에도 부채비율이 76%를 넘는 곳이 많다. 부채 문제가 심각한데 부채비율은 비교적 양호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지방정부의 출자 때문이다. 지방공기업 부채가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지방정부들이 자본금을 늘려주면서 부채비율을 떨어트려 온 것이다.

부실이 심각한 7곳 지하철공사는 최근 6년간 각 지자체로부터 9조8009억을 지원받았다. 그러면서 평균 부채 비율이 43.4%에서 34.8%로 떨어졌다. 부채가 늘면서 부채비율이 63.6%로 오를 상황이었는데, 지자체 지원을 통해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고 있다.

◇7곳 지하철공사 15조원 누적적자

지방공기업 부채 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될 전망이다.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388개 지방 공기업은 2011년 기준 순손실을 총 1017억원 냈다. 또 영업정지, 완전 자본잠식 등의 이유로 영업활동을 지속할 수 없는 지방공기업은 강원도개발공사, 태백관광개발공사, 화성도시공사, 탑글로리 등 10개 기관에 이른다.

현재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방공기업은 7곳 지하철공사다. 이들은 현재 14조6000억원 누적 적자를 안고 있다.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이만큼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뜻이다. 지난해엔 9038억원 적자를 냈다.

적자가 발생하면 갖고 있는 자본금이 줄게 된다. 적자가 났다는 것은 번 돈보다 쓴 돈이 더 많았다는 뜻이고, 부족한 만큼 자본금에서 빼서 쓰는 것이다. 7곳 지하철공사는 14조6000억원 적자만큼 자본금이 줄었고, 그 결과 자본잠식률이 44%에 이른다. 금융부채는 현재 4조6000억원 안고 있으며, 연간 1000억원 정도 이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하니, 돈을 갚기는커녕 지자체 지원이 없으면 스스로 이자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도시개발공사들도 비슷하다. 17개 시도 중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에 도시개발공사가 있는데, 16개 중 9개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29조원이며,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352.8%에 이른다.

이 밖에 시도별로 컨벤션센터, 농산물센터, 관광공사 등 다른 공기업들도 대부분 경영이 부실하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자본잠식률이 85%에 이르며, 부채비율은 2036%에 달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이자보상배율 1 미만) 공기업의 수는 2007년 118개에서 2011년 142개로 증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388개 공기업 중 81개가 부실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또 72곳은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두 경우를 합하면 전체 지방공기업 10곳 중 4곳에 해당한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자체 지원이 끊기면 운영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