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키우고 열정을 배우던 시절… 작업복은 내 교복이었다
입력 : 2013.05.07 22:10
[CEO가 말하는 내 인생의 ○○○] 김정주 NXC 대표 '대덕전자의 파란색 작업복'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인연 '멀리 보고 길게 가야 한다'
기업 철학 어깨너머로 배워 넥슨 창업 후 행보에 큰 영향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독 또렷이 기억에 남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한 순간들이 있다. 나에게는 최초의 직장이자 고향 같은 대덕전자 근무 시절이 그렇다. 대덕전자는 전자제품 내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PCB라는 녹색 회로 기판을 제조, 납품하는 회사로 연 매출이 8000억원에 달하는 알짜 중소기업이다. 대덕전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 전부터 회사 설립에 대한 생각이 어렴풋이 있었지만, 대덕전자에 근무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넥슨을 창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대학교 3학년 때 이웃의 소개로 처음 찾아갔던 대덕전자는 그 당시 전철도 들어가지 않는 경기도 안산에 있었다. 지하철 1호선의 끝자락이었던 금정역은 황량한 논밭 한가운데 비포장도로의 먼지가 휘날리는 곳이었고, 여기서 또 버스를 타야 대덕전자로 갈 수 있었다.
대덕전자에서는 매일 아침 전 직원이 공장 운동장에 모여 작업복 차림으로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컴퓨터를 전공했던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광경이었다.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대학교 3학년 때 이웃의 소개로 처음 찾아갔던 대덕전자는 그 당시 전철도 들어가지 않는 경기도 안산에 있었다. 지하철 1호선의 끝자락이었던 금정역은 황량한 논밭 한가운데 비포장도로의 먼지가 휘날리는 곳이었고, 여기서 또 버스를 타야 대덕전자로 갈 수 있었다.
대덕전자에서는 매일 아침 전 직원이 공장 운동장에 모여 작업복 차림으로 체조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는데, 컴퓨터를 전공했던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광경이었다.
날마다 전날의 생산량·수율·문제점·불량률이 회사 복도에 붙고, 전쟁터의 최전방을 방불케 하던 그곳에서, 나 역시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몇달 밤을 세워 CAD·CAM 프로그래밍을 하고 공장 자동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학교 4학년 때는 아예 안산에 집을 얻어 대덕전자로 출근을 할 정도로 그 일이 좋고 재미있었다. 회사란 어떤 곳인지,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기업 문화나 기업 철학이 왜 중요한지 경영 전반에 관하여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기에 더 흥미로웠던 것 같다.
대덕전자를 설립하신 김정식 회장님은 매일 새벽, 그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셔서 공장 밖 가장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고 사무실로 향하셨다. 점심시간에도 직원들과 똑같은 작업복 차림으로 같은 식판에 같은 배식을 받았다. 그리고 직원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구석 자리에서 혼자 점심을 드셨다.
당시 김 회장님의 차남인 김영재 현 대덕전자 사장님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부장이나 실장 직책이었던 것 같다. 김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 나에게 가끔 금정역으로 포니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일본 출장길에도 데려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야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또 회사를 하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것을 해야 하고, 최소한 30년 이상 길게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벤처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내·외부로부터 "왜 넥슨은 상장을 하지 않느냐"는 독촉을 많이 받았지만 '멀리 보고 길게 가야 한다'는 기업 철학을 어깨너머로나마 배울 수 있었기에 잘 버텨왔던 것 같다.
대덕전자는 1972년 설립되어 17년 만인 1989년에 상장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넥슨 역시 창업한 지 17년 만에 일본에 상장을 했다. 김 사장님은 당시로써는 상당히 혁신적인 '분사(分社)'와 '공정별 소사장제' 같은 것을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는 넥슨의 '게임 스튜디오 분사', '게임별 책임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덕전자의 작업복은 장애인 근로작업시설인 '해동일터'에서 제작된다. 넥슨도 2011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넥슨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였고, 현재 많은 장애우들이 근무하고 있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한 후 김영재 사장님은 해동빌딩에 있던 대덕산업 해외팀의 옆자리 한 칸을 빌려주셨고, 여기서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다. 스타트업 기업에 무상으로 사무 공간과 회의실은 물론, 채용과 경영 지원 등 회사 운영을 위한 제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넥슨 앤 파트너즈 센터(NPC)'도 그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해동빌딩에서 더부살이를 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에도 대덕전자에 다녀왔는데 내가 사용했던 기계는 몇년 전 은퇴해서 공장 구석에 있었지만, 대학 시절 내가 했던, 하지만 이미 잊고 있었던 모든 프로젝트를 김영재 사장님이 외우고 계시는 것을 보며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넥슨은 공장도 없고 작업복은커녕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일해도 되는 회사지만, 나의 뿌리는 공장에서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어떤 곳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소중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대덕전자의 김정식 회장님과 김영재 사장님께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진정한 학교이자 스승인 대덕전자가 계속해서 더 번창하기를 바란다.
대덕전자를 설립하신 김정식 회장님은 매일 새벽, 그 누구보다 일찍 출근하셔서 공장 밖 가장 구석진 곳에 차를 세우고 사무실로 향하셨다. 점심시간에도 직원들과 똑같은 작업복 차림으로 같은 식판에 같은 배식을 받았다. 그리고 직원들이 편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구석 자리에서 혼자 점심을 드셨다.
당시 김 회장님의 차남인 김영재 현 대덕전자 사장님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부장이나 실장 직책이었던 것 같다. 김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에 불과한 나에게 가끔 금정역으로 포니를 보내주시기도 했다. 일본 출장길에도 데려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야 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또 회사를 하려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것을 해야 하고, 최소한 30년 이상 길게 바라봐야 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벤처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 내·외부로부터 "왜 넥슨은 상장을 하지 않느냐"는 독촉을 많이 받았지만 '멀리 보고 길게 가야 한다'는 기업 철학을 어깨너머로나마 배울 수 있었기에 잘 버텨왔던 것 같다.
대덕전자는 1972년 설립되어 17년 만인 1989년에 상장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넥슨 역시 창업한 지 17년 만에 일본에 상장을 했다. 김 사장님은 당시로써는 상당히 혁신적인 '분사(分社)'와 '공정별 소사장제' 같은 것을 과감하게 시도하면서 배경과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는 넥슨의 '게임 스튜디오 분사', '게임별 책임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덕전자의 작업복은 장애인 근로작업시설인 '해동일터'에서 제작된다. 넥슨도 2011년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넥슨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하였고, 현재 많은 장애우들이 근무하고 있다.
1994년 넥슨을 창업한 후 김영재 사장님은 해동빌딩에 있던 대덕산업 해외팀의 옆자리 한 칸을 빌려주셨고, 여기서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다. 스타트업 기업에 무상으로 사무 공간과 회의실은 물론, 채용과 경영 지원 등 회사 운영을 위한 제반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넥슨 앤 파트너즈 센터(NPC)'도 그 기원을 따져 올라가면 해동빌딩에서 더부살이를 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근에도 대덕전자에 다녀왔는데 내가 사용했던 기계는 몇년 전 은퇴해서 공장 구석에 있었지만, 대학 시절 내가 했던, 하지만 이미 잊고 있었던 모든 프로젝트를 김영재 사장님이 외우고 계시는 것을 보며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넥슨은 공장도 없고 작업복은커녕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으로 일해도 되는 회사지만, 나의 뿌리는 공장에서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 같다. 그 어떤 곳에서도 배울 수 없었던 소중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준 대덕전자의 김정식 회장님과 김영재 사장님께 평생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의 진정한 학교이자 스승인 대덕전자가 계속해서 더 번창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