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아시아 펀드, 신흥국 중 홀로 강세

신흥 아시아 펀드가 선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 이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 외국계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흥 아시아 펀드 수익률 선전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신흥 아시아 펀드 28개는 올해 들어 14.6% 수익을 내며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0.1%)을 크게 웃돌았다.

개별 펀드 중에는 '삼성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 2[주식](A)'가 연초 이후 22.7% 수익을 올렸다. 이 펀드는 주로 동남아시아 금융주에 투자하는데 그중 태국 카시콘뱅크(Kasikornbank)는 올해 23% 상승했다.

인도네시아에 투자하는 'NH-CA인도네시아포커스증권투자신탁[주식]Class A'는 올해 18.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펀드가 투자한 인도네시아 이동통신회사 텔레코무니카시(Telekomunikasi)와 만디리(Mandiri)은행은 올 들어 30% 넘게 상승했다.

'KB아세안증권자투자신탁(주식)A'와'미래에셋아세안셀렉트Q증권자투자신탁 1(주식)종류A'는 17~18% 정도의 수익을 냈다. 이 펀드들이 투자한 필리핀 전력발전 회사 FPH와 싱가포르 항만회사 이지온(Ezion)은 각각 63%, 32% 상승했다.

◇신흥 아시아 증시 고공행진

올해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증시가 오르는 사이 신흥국은 대체로 부진했다. 특히 신흥국의 대표격인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증시가 엉망이었다. 올 들어 브라질 보베스파지수와 러시아 RTS지수는 각각 11%, 8% 하락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과 신흥국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모든 신흥국 증시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신흥국 중에서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 아시아 증시는 활기를 띠고 있다.

필리핀 PSE지수는 지난 1년간 40% 가까이 상승했다. 태국 SET지수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35%, 24% 올랐다. 싱가포르 STI지수는 20% 상승했다.

동남아시아 증시의 급등은 지난 2009년 외국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작됐다. 동양증권 이철희 연구원은 "5년 전 세계 금융위기로 대부분 국가의 주식시장이 폭락할 때 동남아시아는 물가가 급등하고 통화가치는 급락하며 증시도 큰 타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동남아시아 주식시장이 저렴해졌다는 판단에 외국인이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신흥 아시아, 투자 국가가 관건

다만 신흥 아시아 펀드는 어느 국가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수익률의 차이가 크다.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투자하는 '한화카자흐스탄&유라시아증권투자신탁 1(주식-재간접형)(A)'는 지난 2007년 설정 후 누적 손실률이 50%를 넘어섰다.

베트남에 투자하는 'IBK베트남플러스아시아증권A[주식]'는 올해 15.8% 수익을 내고 있지만, 설정일(2007년) 이후로는 여전히 20% 손실을 본 상태다.

동양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국가별로 경제 구조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신흥 아시아 펀드에 투자할 때는 어떤 국가에 투자하는지 비중을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