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몰리는 의사들, BT(바이오 테크놀러지)에 도전해야"

차병원그룹이 200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판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바이오연구소인 판교종합연구원을 짓고 있다. 오는 11월 완공할 예정으로, 연면적 6만㎡(약 2만평) 규모에, 연구 인력만 1500여명에 이르는 대형 연구 단지다. 연구 중심 병원인 분당차병원과 연계해 줄기세포·암·노화 연구와 임상센터 등을 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차병원그룹 차광렬 총괄회장은 9일 "IT 분야에서는 삼성·LG 등 세계적인 기업이 나왔는데, BT 분야에서는 아직 세계 100대 기업에 포함되는 국내 기업도 없고,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것 같지도 않다"면서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10~20년 후에도 100대 기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 회장은 "우리가 줄기세포 분야에 중점 투자할 계획인데, 다행히도 이 분야는 아직 글로벌 기업들이 뛰어들지 않아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차 회장은 "우리의 종합건강관리센터 '차움'과 판교종합연구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합하면 사실 1000병상짜리 병원 2개를 지어서 돈을 훨씬 더 많이 벌 수도 있지만, 미래를 바라보면서 연구소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처음 시험관아기 연구에 뛰어들 때만 해도 성공률이 1%에 불과했는데 그것을 40%까지 끌어올린 성공 경험이 있다"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역시 열정을 갖고 연구한다면 현재 7%대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차 회장은 "IT 산업과 달리 BT 분야는 정부가 국가적인 차원의 전략을 갖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만 10~20년 후 관련 산업이 꽃필 수 있다"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30~40년 전에 중공업을 육성했듯, 박근혜 대통령도 BT산업의 씨앗을 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요즘 젊은 인재들이 이공계보다는 의대를 선호하고, 의대에서도 성형외과 등으로만 몰리는 현실도 통렬하게 비판했다. 차 회장은 "우리 학교 다닐 때는 공부 잘하는 학생이 전자공학과를 갔고 그들이 오늘의 IT 산업을 일으켰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두 의대를 나와 쌍꺼풀·코 수술 하는 건 사회적 낭비"라면서 "머리 좋은 의사들이 바이오 연구에 뛰어들어 10~20년 후 세계 바이오 시장을 석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