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차키스(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가 꿈꾼 진정한 인간은 우사인 볼트일걸요"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속 조르바는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의 상징이다. '오늘, 이 순간'만 생각하며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는다. 팍팍한 세상에 싫증 난 한국인, 특히 30~40대 직장인들이 이 작품에 열광했다. 그리스의 대문호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도 책상물림 30대 때 만난 조르바의 삶에 매료돼 그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썼다.

"재미있잖아요, 그 호방한 삶이. 작년엔 전 세계에서 동시에 조르바 바람이 불었답니다. 소심한 우리와 달리 조르바는 춤 잘 추고 여자를 유혹하는 데 선수니까요(웃음). 행동하는 삶을 보여주는 인생의 구루(guru·대스승)랄까…."

지난 10일 서울 인사동의 한 호텔에서 만난 요르고스 스타시나키스(72) '국제 카잔차키스 친구들'(이하 '친구들') 회장은 제2의 인생을 카잔차키스에 쏟아붓는 '카잔차키스 마니아'다. '친구들'은 카잔차키스의 작품과 사상을 알리기 위해 카잔차키스의 부인 엘레니 여사와 카잔차키스 박물관 설립자인 요르고스 아네모야니스 관장 등이 198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결성한 비영리 단체.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05개국에 지부가 있고, 총 회원 수는 5000여명이다. 스타시나키스 회장은 지난 주말 한국방송통신대에서 열린 '제5회 카잔차키스 이야기 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한국에 왔다.

그의 원래 직업은 법률가. 카잔차키스를 만난 적도 없다. 그리스에서 태어나 1960년 프랑스에서 법학·정치학을 공부했고, 1972년 유럽핵입자물리연구소에 입사해 33년간 일하다 2005년 은퇴했다.

어릴 때 그의 집에선 카잔차키스를 못 읽게 했다. 당시 극우정권이던 그리스 정부는 카잔차키스를 공산주의자에 혁명가라고 몰아붙였다. 불어 번역본으로 읽었다. 1968년 제네바에서 부인을 만나 교우하면서 그리스어로 쓰인 카잔차키스를 새로 읽었다.

"그는 회의주의자이자 사색가였어요. '무엇이 본질인가'를 늘 고민했죠. 삶의 모든 순간은 삶의 실마리를 찾는 데 써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매료됐어요." 카잔차키스는 소설 11편과 대서사시, 희곡 22편, 수필집 9권, 아동용 소설 외 세계 각지의 기행문도 많이 남겼다. "그의 기행문은 남과 다릅니다. '어딜 갔다'가 아니라 '어디서 무슨 생각을 했다'가 핵심이죠. '스페인 기행'을 보면 알람브라 궁전에 대한 묘사는 없고, 거기 가서 받은 자극만 얘기해요. 관광(tour)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신, 박물관·사원·도서관을 보려 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는 일은 100쪽짜리 잡지 '크레타의 시선'을 해마다 4개 국어로 발간하고, 넉 달에 한 번씩 전 세계 '친구들'의 소식지 'SYNTHESIS'('종합'이라는 뜻)를 7개 국어로 출간하는 것이다. 한국어 소식지도 곧 나온다.

책을 팔아 인세를 얻기 위해 활동을 하는 건 아니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쳤다. "우리한텐 인세 한 푼 안 들어옵니다. 해외 행사 참석도 자비가 원칙이고요." 그는 "저작권은 엘레니 여사가 1983년 양자에게 줬고, 지금은 그 양자의 딸이 행사하고 있다"며 "그를 위해 돈 쓰는 게 아깝지 않다"고 했다.

세계인이 카잔차키스를 사랑하는 이유론 '도전 정신'을 들었다. "1946년 전쟁이 끝난 후 카잔차키스가 BBC 방송에 출연해 '한계를 초월하는 도전을 하지 않으면 살 가치가 없다'고 했어요. 지금 그가 살아있다면 진정한 인간의 모습으로 신기록 경신에 쉼 없이 도전하는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를 꼽았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