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한국서 자전거 타고 싶은 생각 간절, 금방 또 올게요"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돌며 평범한 사람들과 허물없이 만나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자전거 여행밖에 없습니다. 덕분에 한국을 더욱 사랑하게 됐죠."

'한국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았던 주한 미국 대사' 캐슬린 스티븐스(60·한국명 심은경) 전(前) 대사(2008~2011년 재임)는 자전거 예찬론자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도 자전거를 탔지만 자전거의 매력에 눈을 뜬 것은 한국 근무 시절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여수에서 대구로, 군사분계선을 따라, 서해안을 따라 전국 방방곡곡을 누볐다. 본국 귀임 후에도 한국 문화 알림이로 활약해온 그에게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3일 세종문화상(한국 문화 부문)을 수여했다. 수상을 위해 입국했지만 공식 일정 외 시간엔 '옛 친구'들과 자전거에 올랐다.

그가 자전거의 매력에 빠진 것은 한국식 동호회 문화 때문이었다. 부임 직후 참석한 주한미국상공회소 모임에서 한 참석자로부터 '동호회에 나와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1975~1977년 평화 봉사 단원으로 한국에 와 충남 예산에서 영어 교사로 활동했던 스티븐스 전 대사는 1970년대 한국의 농촌 풍경을 회상했다. "짐 싣는 '아저씨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달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흔쾌히 승낙했죠."

동호회 회원들과 전북 진안에 내려갔다. 그는 "출신 학교도 직업도 다른 사람들이 자전거를 사랑한다는 한 가지 이유로 모여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신기했다"고 한다. 땀범벅이 된 채 이들과 원두막에 앉아 수박을 나눠 먹었다. "주한 대사란 직위가 주는 '벽'이 허물어졌어요."

2010년엔 6·25 60주년을 맞아 대학생들과 여수~사천~칠곡 다부동~대구로 이어지는 낙동강 전적지를 자전거로 달렸다. 임진각을 출발해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동해까지를 횡단하기도 했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축하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남 진도까지 700㎞를 달렸다. 덕분에 대한민국 곳곳에 친구가 생겼다. 진도의 판소리 명인, 양평 시골 마을의 할머니 등 다양하다. 그는 "'한국말이 유창한 미국 아줌마'가 주한 미국 대사인지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며 웃었다. 그의 행보를 외교가에선 '자전거 외교'라 불렀다.

2011년 귀임한 뒤 스티븐스 전 대사는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방문외교관' 자격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자전거 타던 때가 그리웠던 그에게 지난해 6월 기회가 왔다. 포럼 참석차 한국에 온 스티븐스 전 대사는 다시 페달을 밟았다. "조금만 달려보자고 시작한 게 양평에서 부산까지 이어졌죠." 그는 국토 종주 자전거 길 633㎞를 완주한 첫 외국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방한에서도 아라뱃길 도로를 질주했다.

14일 스티븐스 전 대사는 세종문화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 3000만원 중 1000만원을 대한사이클연맹(회장 구자열)에 쾌척했다. 나머지 상금 일부는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회장 나경원)에 기부했다<작은 사진>. 스티븐스 전 대사는 한국의 자전거 인프라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고 치켜세웠다. "곧 뵙게 될 거예요. 자전거 타러 금방 다시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