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박물관은 볼거리를 넘어 배울 거리까지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소풍 장소다. 박물관은 답답하고 지루한 곳이라는 편견을 깨고 신나고 재미있는 이색 박물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저 유물만 전시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중부 내륙의 공기 좋고 물 좋은 진천·음성 지방에 보물처럼 숨어있는 이색 박물관을 다녀왔다. 아이들과 함께 가볼 만한 전국의 이색 박물관도 소개한다.
전시장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어진 밀랍주조 공법으로 복원한 다양한 모양의 범종들이 즐비하다. 전시된 종 앞에 마련된 원판에 발을 얹으면 실제 종을 칠 때 나는 소리가 난다. 범종 제작 과정을 미니어처로 재현해 놓았고, 진동수가 다른 두 소리가 서로 간섭하며 작아졌다 커졌다 하는 '맥놀이 현상'을 통해 종소리가 나는 과정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코너도 있다.
세계의 종 전시실에는 말안장에 장식해 말이 움직일 때마다 소리를 내는 행진용 의례종, 중국 소수 민족의 장식용 모자에 달린 종,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면무도회 때 쓰는 가면에 달린 종 등 앙증맞은 종들이 가득하다. 박물관 원보현 학예사는 "종으로 보는 세계사요, 문화사"라고 했다.
충북 내륙 지역은 제철(製鐵) 유적지가 많다. 음성의 철박물관은 이 전통을 잇는 전문박물관이다. 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생활에서 활용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꾸몄다. 야외 전시장에는 1960년대 사용된 대형 전기로(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내는 장치)가 전시되어 있다. 경주 용곡댐 수몰지구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제철유적도 그대로 옮겨다 놓았다. 숯과 철광석을 제철로에 넣고 철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재활용 철을 이용해 모빌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어린이들이 철로 호루라기나 병뚜껑 자석 등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한독의약박물관은 어려워만 보이는 의약(醫藥)의 세계를 알아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동·서양 의약의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물 1만점을 갖추고 관람객들을 맞는다. 의서 '의방유취'(보물 1234호) 등 보물 6점을 소장하고 있는 등 의약 관련 사료(史料)의 보고이기도 하다. 우리의 전통 한약방을 비롯, 19세기 독일 약국 등을 실물 크기로 재현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이 박물관의 특징은 소화제 만들기 프로그램. 소화제가 어떤 작용으로 소화를 돕는지 알아보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소화제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이경록 관장은 "의료라는 창을 통해 우리 삶의 역사를 돌아보는 공간"이라며 "어린이부터 의약 전공자까지 매년 1만여명이 찾는다"고 했다.
조금만 발품을 팔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각종 체험도 할 수 있는 이색 박물관들을 찾을 수 있다. 가족 나들이도 하고 배움도 얻어가는 전국의 이색 박물관을 소개한다.
■파주 헤이리 '한립토이뮤지엄'
국내 첫 장난감 놀이문화 공간이다. 한립토이즈 소재규 회장이 30여 년간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수집한 10만여 점의 희귀 장난감 중 20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스토리랜드 코너에서는 경찰서·소방서·법원·동물병원·미용실 등의 시설에서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다. 역사전시관은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전통 놀이기구와 미국·일본·독일·몽골 등 7개국의 장난감으로 꾸며졌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예술인마을, (031)957-8470
■세종시 '미래엔 교과서박물관'
우리 선조들이 서당에서 보던 서적부터 개화기, 일제강점기, 광복 직후, 현재에 이르는 교과서들이 전시돼 있다. 한국 교과서의 변화와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총 17만여 점의 자료가 보관돼 있어 시대별 교과서의 내용, 디자인 등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북한 교과서를 비롯한 세계 교과서도 함께 전시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교과서를 보며 국가별 교육제도를 비교할 수도 있다. 점자 교과서, 확대 교과서 등 평상시 보기 어려운 희귀한 교과서도 있다. 세종특별시 연동면 내판리 산 25-1, (041)861-3141
■춘천 '애니메이션 박물관'
아기공룡 둘리, 태권브이, 톰과 제리, 미키마우스, 스머프 등 인기 있는 만화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애니메이션의 기원과 탄생, 발전과정, 제작기법, 제작과정을 소개하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한국관을 비롯, 세계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담은 미국관, 일본관, 유럽관, 동유럽관, 아시아를 포함한 기타 지역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애니메이션 전용 상영관인 '아니마떼끄'에서는 매달 새로운 장편 애니메이션을 상영한다. 애니메이션을 꿈꾸는 학생들의 필수 코스다. 강원도 춘천시 서면 현암리 367, (033)245-6444
■남양주 '거미 박물관'
'거미 박사'로 불리는 김주필 동국대 생물학과 교수가 설립한 사설 박물관이다. 거미 표본과 사육 과정, 화석들이 전시되어 있다. 1000여 점의 나비·나방 표본, 장수풍뎅이 등 곤충 표본들을 비롯, 전 세계 거미 표본 5000여 종도 구경할 수 있다. 생태수목원, 조각공원, 장승공원, 야생화공원, 희귀식물원, 지압로, 놀이터 및 쉼터 등 다양한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 528 라크노피아 생태수목원 내, (031)576-7908
■서울 '스위트팩토리'
과자를 주제로 놀이와 교육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과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소개하고,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과자에 대한 정보를 터치 스크린이나 반응 감지 장치를 통해 전달해 과자 제조 공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과자가 구워지는 과정을 터치스크린 인터랙티브 영상으로 알아보는 '과자 굽기 체험'이 인기다. 화면을 터치해 과자가 구워지는 과정을 체험한 후 완성된 과자를 시식하는 기회도 있다. 껌,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체험할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5가 21, (02)2670-6396
■강릉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만든 축음기 4500여 점과 음반 15만 장, 에디슨 발명품 3500여 점 등을 소장한 사립 박물관이다. 빛, 소리, 영상 100년 역사를 한눈에 체험할 수 있다. 축음기 시대의 아날로그 음악에서 현대의 DVD 디지털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전용 음악감상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축음기 레코드 원반 형태로 디자인된 음악감상실은 소리 역사 100여 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음악감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에디슨의 3대 발명품인 축음기, 전구, 영사기 등도 구경할 수 있다. 옥외 자동차 전시관에는 에디슨 전기자동차와 1920년대 제작된 포드 자동차 등도 있다. 강원도 강릉시 저동 36, (033)655-1130
■영월 '조선민화박물관'
조선 시대 민화 3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대 민화 100여 점을 포함해 300여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작호도' '십장생도' 등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민화를 목판에 그리고 판화를 찍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어른들만 출입이 가능한 '춘화 전시관'도 있다.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김삿갓로, (033)375-6100
■이천 '돼지박물관'
돼지를 소재로 한 그림과 여러 재료로 만든 조형물, 미니 돼지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미니 돼지 공연에서는 '해피', '카리스마', '힘순이', '꿀순이', '미스진' 등 5마리의 귀여운 돼지들이 등장해 작은 공을 가지고 축구를 하거나 가방 속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등 재주를 부린다. 소시지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고 품에 꼭 안은 뒤 사진 찍는 동안 어린이들은 돼지가 결코 더럽거나 어리석은 가축이 아니며, 어떻게 해야 바른 먹거리가 탄생하는지 배운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 임오산로 372번길, (031)641-7540
■포항 '로보라이프뮤지엄'
경북 포항시 한국로봇융합연구원 1층에 있다. 로봇을 활용한 주거 생활과 미래 로봇 환경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조작해볼 수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흥미로워한다. 지능로봇 흥미관, 체험관, 홍보관 등 3개 전시관과 로봇카페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로봇은 제니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지능형 로봇 강아지로, 스스로 돌아다니며 감정 표현을 하고 코끝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사람을 알아보고 애교도 부린다. 지능로봇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조작해보는 체험관에선 권투로봇을 꼭 체험해보길. 팔다리 관절을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여 로봇들의 권투를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지곡로, (054)279-0427
■순천 '뿌리깊은나무박물관'
고(故) 한창기 선생이 평생을 수집한 문화유산을 전시한 공간이다. 선생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을 창간해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었다. 유물 전시실은 선생이 만든 잡지 이름을 따 각각 뿌리깊은나무(상설 전시실), 샘이깊은물(기획 전시실), 배움나무(세미나실)로 나뉜다.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기와, 옹기, 토기를 비롯, 청자, 백자, 불교 의식 용구, 민속용품 등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아직도 온기가 남았을 것 같은 서민 생활용품도 많다. 전남 순천시 낙안면 평촌3길, (061)749-8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