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탄생 160주년… 그를 생각하며 한 점, 한 점"

프랑스 파리에서 30㎞쯤 떨어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 70여일을 보낸 곳이다.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무덤, 고흐가 묵었던 여인숙, 성당·밀밭·계단 등 고흐 그림의 소재가 된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곳에선 해마다 봄이면 음악 축제 '오베르 쉬르 우아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33주년인 올해 축제엔 반 고흐 탄생 160주년을 맞아 색다른 행사를 마련했다. 6월 1일부터 7월 5일까지 이어지는 축제와 함께 한국 출신의 재불(在佛) 화가 김인중(73) 신부의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축제 조직위원장인 파스칼 에스카르드는 "뜻깊은 해인 만큼 고흐의 열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전시회를 생각하다 김 신부를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신부의 전시회는 축제 개막전인 지난 11일부터 열리고 있다.

김 신부는 1966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스위스 유학 도중 사제가 됐다. 1975년부터 파리 도미니크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스테인드글라스와 회화, 도자기 등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미술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를 위해 김 신부는 특별한 작품을 준비했다. 고흐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가로·세로 20㎝인 작은 캔버스 160개에 그림을 그렸다. 작품에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오마주(hommage·경의)'라는 부제만 붙였다.

"2년 전 전시회 제안을 받고 어떤 작품을 그릴까 고민했어요. 반 고흐의 치솟는 정열, 가난한 이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생각하며 일기를 쓰듯 한 점씩 그리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김 신부의 작품은 고흐의 대표작 '오베르 성당'의 소재가 된 이 마을 성당 내부에도 전시되고 있다. 축제 관람객은 성당에서 열리는 음악 연주회에서 음악을 들으며 김 신부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김 신부는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오는 9월 벨기에의 세 번째 도시인 리에주의 대성당에 6m 높이의 대형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하는 작업을 한다. 이 작품 제작 전 과정을 벨기에 TV가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만큼 관심이 크다.

또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프랑스 2' TV에서 김 신부의 작품을 집중 조명한 프로그램을 방영할 예정이다. 김 신부는 "세상의 난폭성을 치유하는 데 내 작품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