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수입中古車, 못말리는 질주

올 들어 4월까지 국내에서 중고차가 총 114만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판매 대수로는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루 평균 신차가 4100여대 판매되는 동안, 중고차는 평균 9500여대꼴로 팔려나간 셈이다. 신차 대비 중고차 거래 비율도 역대 최고인 2.3배까지 치솟았다. 이는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의 신차 대비 중고차 판매비율(2011년 1.4배)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차의 내구성이 높아져 탈 만한 중고차가 많아졌다는 점, 온라인 중고차 거래 활성화로 중고차를 사고파는 데 드는 시간, 노력이 줄었다는 점 등이 중고차 거래 폭증 이유로 거론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은 수입차 열풍과 관계가 깊다. 출시된 지 3년 지난 수입 중고차는 신차 가격 대비 평균 40~50% 가격에 살 수 있어, 부족한 예산에도 수입차를 타고 싶은 열망을 가진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차 1대 팔릴 때 중고차 2.3대 팔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자동차 이전(移轉) 등록 대수는 총 113만96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 늘었다. 역대 1~4월 사상 최대 기록이다. 소비자들의 자동차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같은 기간 국산 신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수입차나 중고차만 잘 팔리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중고차 거래가 얼마나 활성화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인 신차 대비 중고차 거래량이 2007년 1.5배 수준에서 2011년 처음으로 2배를 돌파한 이후, 올해는 2.3배까지 높아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국은 중고차가 신차보다 3배 이상 많이 거래되고, 유럽은 평균 2.5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중고차 거래 비중도 이제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선진국 수준에 빠른 속도로 근접하는 것이다.

최근에 그랜저를 팔고 벤츠 중고차를 산 임모(51·성남시 분당구)씨는 "예전에는 주말에 짬을 내 중고차 매매단지를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했는데, 이번엔 온라인 중고차 정보 사이트에서 사고 싶은 차의 시세를 검색해 보면서 팔 차도 동시에 등록했더니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SK엔카·GS카넷·보배드림·오토인사이드 등 대형 온라인 중고차 정보 사이트가 늘어나 온라인 시세를 형성하고, 거래 비용을 확 낮춰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수입차 열풍이 중고차 판 키워

연평균 중고차 매물이 100만대 이상 등록되는 국내 최대 중고차 중개업체 SK엔카에선 지난 3년간 수입차 등록 증가율(40%)이 국산차(24%)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전체 매물 중 수입차 비중도 2009년 7.8%에서 올 들어선 12.3%까지 높아졌다. 수입 신차 판매량이 연간 10만대를 돌파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 통상 신차가 판매된 지 2~3년 후 중고차 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올해부터 상당량의 수입 중고차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서, 올 1분기 SK엔카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중고차는 국산차들을 모두 제치고 BMW 520d(29만건)가 차지했다. SK엔카 경영지원본부 정인국 본부장은 "출시된 지 3년 된 수입 중고차는 대부분 감가율(減價率·신차 가격 대비 중고차 가격 하락 비율)이 40% 이상으로 국산차보다 높아서, 국산차와 수입차를 동시에 쇼핑 리스트에 올려놓고 고려하는 사람들이 신차 시장보다 더 많다"고 설명했다. 차량 상태에 따라 가격은 일부 차이가 있지만, 2010년식 인피니티 G37 세단 중고차 가격은 2420만원에, 동급·동일 연식의 현대차 제네시스(3.8L) 중고차는 259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있다. 신차 가격은 인피니티가 500만원 이상 비싸지만, 수리비에 대한 부담 등 때문에 중고차 가격은 국산차보다 낮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