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感謝나누기 운동' 1년… "행복도 높아졌어요"

마스크를 쓴 40대 여성이 강단 위에 올라섰다. "놀랄까 봐 마스크를 쓰고 나왔어요"라고 했다. 그러고는 벗었다. 선천적 안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희아(40)씨였다. 포항실내체육관에 가득 모인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감사'는 희아를 여러분 앞에 서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아프지 않습니다. 슬프지 않습니다. 이제 길을 걸을 때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습니다." 안면 장애를 극복하고 작가와 강사로 활동 중인 김씨의 특강이 끝나자 기립박수와 함께 "감사합니다"라는 함성이 쏟아졌다.

지난 23일 오전 경북 포항에서는 시민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포항 범시민 감사운동 1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감사운동'을 시작한 포항시의 1년간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포항시 박정숙 감사운동TF 팀장은 "새마을운동이 잘살기 운동이었다면 감사운동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새마음 운동'"이라고 말했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포항의 '감사운동'은 ▲작은 수첩에 하루에 다섯 가지씩 감사한 일 쓰기 ▲한 달에 한 번 감사 편지쓰기 ▲문자메시지 등으로 감사 표현하기가 전부다. 하지만 공무원들을 시작으로 불과 1년여 만에 초·중·고교, 대학교, 군부대, 기업, 종교단체, 상인회 등으로 퍼져 나갔다. 인구 53만명인 포항시에서 이 운동에 참여하는 시민이 20만명에 이른다. 서울 노원구, 경기 수원·안양시 등 지자체와 한국전력공사·국민은행·한국외국어대 등 기업·대학 등 이 운동을 벤치마킹해간 기관도 200곳이 넘는다.

감사하는 마음이 일궈낸 성과는 어땠을까. 장종두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변해 각종 대형사업을 스스로 발굴해 나가기 시작했다"며 "이런 노력으로 국비 확보 실적은 2011년 4800억원에서 감사운동이 시작된 작년과 올해 7733억원과 1조178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시민들 행복도도 작년 8월 55.8점에서 지난달 62.2점으로 높아졌다. 감사운동에 대해 포항시민 10명 중 8명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학교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포스코교육재단 소속 학교들은 '고맙day'를 운영해 감사 마음 나누기 행사를 주기적으로 열게 됐고, 포항여고 등 몇몇 학교는 감사노트 적기를 교육과정에 포함했다.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학교 폭력 등으로 송치된 학생들에게 반성문 대신 감사노트를 쓰면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고 있다.

한 중학교의 경우 감사운동 이후 학생 벌점이 줄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0월 1학년 393건·2학년 903건·3학년 2278건에서 올 4월 1학년 169건·2학년 208건·3학년 314건으로 감소했다.

감사운동 도입은 박승호 시장이 2011년 말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ICT에 들렀다가 고장 난 기계에 '감사하자'는 스티커를 붙여 놓고 일하는 근로자들을 보고 감동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초기엔 시 예산으로 감사노트를 나눠주다가 선관위 지적(기부행위)을 받기도 했고 '시장(市長)이 기독교인이어서 종교적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잦아들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실제 지표상으로는 다들 먹고살 만한데도 모두들 삶에 찌든 모습인 게 안타까워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