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스타의 변신… 60년대 포크 가수 방황을 유쾌하게 그리다

젊음은 초라할지언정 누추하진 않다.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는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활동했던 한 젊은 포크 음악가의 실패와 좌절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미국 코언 형제가 연출했다. 66회 칸 영화제에서 크게 호평받은 작품 중 하나다. 영화엔 가상의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를 연기한 오스카 아이작 외에도 유명 청춘 스타가 출연한다. 가수 겸 배우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캐리 멀리건이다. 팀버레이크는 아이작의 동료 짐 버키를, 멀리건은 짐의 아내 진 버키 역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기존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줬다.

[섹시 팝 스타에서 포크 가수로… 저스틴 팀버레이크]

"난 블루스 고향 테네시 출신
원래 부르던 팝과는 다르지만 포크 음악, 따뜻하게 느껴져"

단추를 목 아래까지 다 채운 셔츠에 스웨터를 받쳐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빗어 넘겼다. 여기에 통기타까지 메고 포크송을 부르는 모습이 영락없이 '교회 오빠'를 연상케 하는 이 남자는 섹시 팝 아이콘 저스틴 팀버레이크(32). 콧소리 섞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묘기(妙技)에 가까운 춤을 추던 그는 66회 칸영화제 공식경쟁 부문에 진출한 영화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에서 1960년대 말 포크 싱어 짐을 연기했다.

영화에서 직접 포크송을 부른 그는 칸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영화에서 부른 노래가 표면적으론 제가 실제 하는 음악과 많이 다르지만, 저는 테네시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말했다. "블루스의 뿌리이자 로큰롤의 고향이죠. 할아버지는 낡은 깁슨 기타를 갖고 있었는데 저한테 핑거피킹(피크 대신 손가락으로 줄을 쳐서 하는 연주) 하는 법을 알려줬죠. 그래서 저한텐 이 영화 음악이 따뜻하고 보송보송한 느낌이었어요."

영화는 성공과는 거리가 먼 포크싱어 르윈 데이비스와 동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팀버레이크가 오스카 아이작·애덤 드라이버와 '플리즈 미스터 케네디'란 노래를 부르는 대목이다. 팀버레이크가 '제발, 미스터 케네디, 나를 우주로 보내지 말아요'라고 애절하게 노래하는 부분에선 이례적으로 영화 도중 웃음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는 "나는 일상생활에서도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사회자가 "노래를 불러보라"고 놀리자 그는 장난스럽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언제나 노래 부르는 게 무섭다니까요!"

['개츠비' 청순녀에서 독설가로… 캐리 멀리건]

주로 순수한 연기 하던 그녀, 이번엔 거침없이 욕 내뱉는 役
'…개츠비'와 다른 반전 매력

최근 한국 극장가에서나 칸 영화제에서나 가장 자주 보이는 여배우가 바로 캐리 멀리건(28)이다. 지난 16일 개봉한 칸 영화제 개막작 '위대한 개츠비'(감독 바즈 루어먼)에서 그는 데이지였고, 한 주 앞서 개봉한 '셰임'(감독 스티브 맥퀸)에선 섹스 중독에 빠진 주인공의 여동생이었다. 멀리건은 칸에서도 개막작뿐만 아니라 경쟁 부문에서 호평받은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에 출연했다. 하지만 칸에서 이 두 편의 영화를 연달아 본 사람들은 반전(反轉) 같은 그의 모습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옆집 소녀'처럼 순수하고 다정하기만 한 줄 알았던 그가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고 아이처럼 말간 얼굴을 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연다. "닥쳐, 이 ○새끼야!"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1960년대 포크 듀오 '짐앤드진'의 진이다. 남편인 짐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채로 그 남자에게 "인생의 실패자" "너와 있으면 모든 게 망가진다" 같은 독설과 욕설을 숨도 쉬지 않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그는 유부남과 사랑에 빠진 순진한 여고생('언 에듀케이션')이나 남자에게 울며불며 매달리는 여가수('셰임'), 혹은 옆집 남자의 보호 본능을 일으키는 싱글맘('드라이브')처럼 유약하고 청순한 역할을 맡아왔다. 멀리건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내가 연기했던 역할들은 한 번에 대사를 두 줄 이상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한 문단 정도를 한다. 진이 불친절하고, 거칠수록 난 그가 좋다. 물론 관객들은 이전의 역할에 더 감정이입을 하겠지만"이라고 했다.

이미 '셰임'에서 재즈 가수 역할을 맡았던 멀리건은 이번엔 아이처럼 청아한 목소리로 가수 출신의 다른 남자 가수들과 화음을 맞춘다. 그는 하지만 "노래 부르는 것은 공포에 가까웠다. 물론 배역을 따내기 위해선 기꺼이 노래도 하겠다고 말은 했지만"이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