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기자의 북앤수다] 자식에게 자꾸 주려고 하지 마세요

정년 60세 연장법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을 때, 먼저 떠오른 사람은 서울대 사회학과 송호근(57) 교수였다. 송 교수는 이번 책 '그들은 소리 내 울지 않는다'(이와우 출간)에서 자신 세대인 50대를 작정하고 대변(代辯)했다. 하지만 그는 시대와 사회에 책임을 져야 하는 지식인. 20대는 어찌하느냐고 묻고 싶었다.

―50대가 계속 직장에 남아 있으면 20대가 일할 기회는 줄어드는 것 아닌가. 제로섬 게임이지 않나?

"젊은이가 맡는 은행 출납업무에 50대 직원을 앉히면 제로섬이 되겠지. 하지만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은 성격이 다르다. 측정해봐야 알겠지만, 제로섬까지는 안 갈 거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경계해야 하는 건 확실하다."

―서울대생은 학벌사회의 승자다. 하지만 요즘은 그들도 대기업 취업이 쉽지 않다던데.

"얼마 전 '역사사회학'을 강의하다 충격받고 10분간 수업을 멈췄다. 이광수, 유길준, 윤치호의 시대정신을 얘기하다가, 감정에 복받쳐 물었다. '너의 가슴을 끓게 하는 화두가 뭐냐'. 한참 고민하던 학생의 대답은 '취직'이었다. 준재(俊才)를 모아놓은 대학에서, 시대의 사명을 얘기하는데 취직 걱정이라… 자괴감, 책임감이 휘몰아치더라."

-현재 20대는 산업화 세대에게서도, 민주화 세대에게서도 욕을 먹는다. 그들이 게으르고 정치적 각성도 없다는 비난이다. 이게 그들 잘못인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 현상이다. 기회 구조가 닫혀 있으니까."

―기회 구조?

"사회 진입의 기회, 즉 취직 말이다.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졌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잡리스 그로스(Jobless Growth), 일자리 없는 성장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IT의 혁신과 함께 예상 못 한 속도로 닥쳤다. 이제는 아예 잡 디스토로잉 그로스(Job Destroying Growth)다. 일자리를 없애고 있는 거지."

―20대에게는 너무 가혹하지 않나.

"가혹하지. 기성세대가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은 '할 수 없다, 니들이 풀어라' 뭐 이런 분위기잖나. 어떤 책 제목처럼, '너희들 아프냐?', 그러면서 진통제 한 방 주고, 그다음에는 '꿈을 가져라'라고 헛꿈이나 꾸게 하고. 젊은 세대의 행동이 필요한 상황이다. 50대들에게도 '당신들 세대 밀려난다고 징징거리는데,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이렇게 말해야지."

―말로 되겠나.

"정책을 바꿔야지. 가령 프랑스처럼 사회 적응 비용을 대줘야 한다. 취직하기 전에 20대에게 신문을 구독하는 비용을 대준다거나, IT 교육 비용을 대준다거나. 또 교육 비용은 국가의 복지 시스템 내부로 수용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반값 등록금도 그런 예다. 20대는 이렇게 외쳐야 한다. 당신들 세대는 술 먹고 놀다가도 취직하고, 학생운동 하다가도 취직했다, 그러니 우리 20대가 꿈을 꿀 수 있는 비용은 좀 대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이다."

송 교수는 "우리 세대는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자식들에게는 더 잘해주고 싶어한다"며 "이게 사회적으로는 좋지 않다"고 했다. "자본주의 계층의 경직화를 막으려면 시민단체가 나서서 자식이 아닌 '자식 세대'에게 뭔가를 물려줄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대선 즈음,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대위원장과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가 그 직을 사양한 새로운 이유를 말해줬다. "나는 옛날에도 문청이고, 지금도 문청. 문학을 통해 시대를 건너갈래, 정치를 통해 시대를 건너갈래 라고 물으면 단연코 문학이다. (웃으며) 대통령이 그걸 모르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