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Kimchi(김치), 뉴욕 맛집을 움직이다

글로벌 음식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미국 뉴욕의 식당가에서 요즘 최대 화제는 한식(韓食)의 급부상이다. 뉴욕 맨해튼 중심가의 유명 미국 식당들이 앞다투어 김치와 불고기·비빔밥 등을 메뉴에 올리고 있다. 코리아타운에서 교포들이 즐기던 한식이 이제 미국 사회의 주류(主流)에 편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중순 스타 요리사 장 조지(Jean Georges)가 뉴욕 맨해튼 소호지역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머서키친'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1시쯤이었는데도 1층과 지하층의 200여석이 젊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현대 미국 음식'을 내세운 이 레스토랑은 뉴욕에서도 유행에 민감한 젊은이들이 즐겨 찾기로 유명한 곳이다.

한 미국인 부부의 테이블에 놓인 '핫도그'가 눈길을 끌었다. 빵에 끼운 소시지에는 잘게 다진 김치가 올라가 있었다. 신기해서 기자도 같은 걸 주문했다. 맛을 봤더니 새콤하게 제대로 익힌 진짜 김치의 맛이 났다.

메뉴판에는 '셸러&웨버(독일 소시지 브랜드) 핫도그'라는 음식 이름 밑에 '김치(kimchi)와 겨자소스를 곁들였음. 프렌치프라이 포함'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웨이터는 "이곳에 오는 손님 중 김치를 모르는 손님은 없을 것"이라며 "소시지의 기름진 맛을 덮어 주는 데에는 케첩보다 김치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이곳만이 아니다. 뉴욕 미드타운의 고급 레스토랑 '마이클스'는 최근 '한국식 불고기 타코'를 메뉴에 추가했다. 미슐랭 별점을 받은 웨스트빌리지의 레스토랑 '아니사(Annisa)'는 배(梨)를 사용한 한국식 육회를 내고, 고등어 구이에는 고추장을 곁들인다. 팰리스호텔의 고급 레스토랑 '길트'는 최근 김칫국을 테이블에 올리기도 했다. 미 전역에 체인점을 둔 쿠바 레스토랑 '쿠바 리브레'는 김치와 삼겹살을 밥과 함께 볶은 한국식 김치볶음밥을 팔고 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레스토랑 컨설팅그룹 바움화이트먼은 '2012 음식 트렌드 보고서'에서 한식을 최신 유행 트렌드로 선정했다. 보고서는 "김치, 불고기, 갈비, 비빔밥 등 한식은 이미 미국 식당가에 주류(mainstream)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치는 이미 익숙한 단어가 됐다. 예전에는 김치 옆에 '한국식 발효 배추' 같은 설명이 붙었으나, 요즘은 현지 레스토랑 메뉴판에 그냥 '김치'라고만 적힌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명한 음식잡지 '본 아페티(Bon Appetit)'도 '고추장'을 '2013년 새로운 음식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한식의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구글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 'kimchi(김치)'란 단어를 검색한 횟수는 3년 전보다 96.1% 급증했다. 'Korean BBQ(한국식 바비큐)'는 75.4%, 'bibimbap(비빔밥)'은 194.1%가 각각 늘었다.

뉴욕 FIT(패션기술대학) 박진배 교수는 "이민 1세대가 교포들을 상대로 문을 열었던 '싸고 푸짐한 한식당'이 '한식 1.0'이었다면, 이제는 현지화와 고급화로 대표되는 '한식 2.0'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