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료진 결핵퇴치 의지 강해… 끝까지 함께할 것"

"결핵약 보급이요? 지금 북한은 결핵 환자들을 진단할 의료진도 부족합니다."

지난달 31일 북한 결핵 의료진 연수(5월 15일~30일)를 마치고 서울에 온 캐서린 잉글랜드(49)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북한이 결핵 진단·관리·치료 전 과정에서 열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세계에서 결핵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결핵퇴치운동 단체들은 북한의 환자 수를 120만명으로 추산하지만, 잉글랜드 교수는 "체계적인 조사가 불가능한 북한에서 실제 환자 수는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후난(湖南)성 등지에서 결핵 임상 연구를 진행했던 그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7년 북한 보건부 대표단이 미국 스탠퍼드대를 방문, 북한 결핵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탠퍼드대는 2010년 북한 최초의 현대식 국가결핵검사소를 평양에 설립했고, 잉글랜드 교수는 지난해 5월부터 스탠퍼드대의 북한 프로젝트를 전임하고 있다.

잉글랜드 교수는 "주민들의 영양 상태가 나쁘고 위생 상황도 열악한 북한에선 결핵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건강한 사람은 결핵균이 침투해도 90% 이상 병을 이겨낸다. 그러나 영양 부족과 비위생적 환경 때문에 면역이 약해지면 발병도 쉽고 치료도 어려워진다. "결핵은 우선 진단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전염병을 관리할 보건 행정이 뒤따라야 하고, 결핵약 보급을 통해 치료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잉글랜드 교수가 이끄는 스탠퍼드대 의료팀 10여명은 북한 결핵 검사소에서 북한 의료진 18명에게 결핵 진단과 간호, 치료 기술 등을 교육했다. 개성결핵병원 등 북한 내 29개 보건 시설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비정부기구 'CFK(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하이디 린튼 대표도 동행했다.

그는 "북한이 자생적인 결핵 관리 시스템을 갖추려면 WHO가 인증할 수 있는 수준의 국가 결핵 검사실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스탠퍼드대는 올봄 북한 의료진을 대상으로 두 차례 연수를 실시한 데 이어, 오는 가을에도 추가로 교육할 예정이다. 2014년까지 교육연수를 실시해 WHO 인증 검사기관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스탠퍼드대가 검사소 건립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세계결핵제로운동본부(총재 손인웅 목사)가 나섰다. 결핵제로운동본부는 지난해 1차로 5000여만원을 지원했고, 올해 5억원 상당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잉글랜드 교수는 "불과 몇년 전까지 북한 결핵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치료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병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 사회적 차별을 받을까 우려한 탓이다. 그는 "외국 시민단체와 의료진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결핵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차츰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의료진도 결핵 진료에 대해 배우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도움의 손길이 끊이지 않는 한 저도 북한 결핵 퇴치 활동에 끝까지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