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島대신 半島를 보라" 외국인들 한국증시 컴백

지난주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다시 진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양적 완화(국채를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것) 축소 움직임이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준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는 양호한 흐름이다. 업계에선 한국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요인을 '외국인'에서 찾고 있다.

올 들어 4월까지만 해도 6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우리 증시를 외면했던 외국인들의 태도가 확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중순부터다. 지난 한 달 동안 7650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가증권시장에 추가됐는데, 5월 14일 이후에만 외국인이 1조5000억원 정도 주식 순매수(매수액이 매도액보다 큰 것)를 기록했다. 외국인 자금이 왜 되돌아오기 시작했을까. 시장에서는 3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①일본 증시 추락하자 한국 증시 장점 부각

지난달 22일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을 거둘 수 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냈다. 이후 글로벌 주식 시장의 동요가 시작됐다. 연초 대비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일본 증시는 열흘도 안 돼 폭락했다. 닛케이지수는 12%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안 미국(-1.25%), 홍콩(-3.74%) 등 주요국 증시도 동반 하락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0.36% 정도 올랐다.

일본 증시가 하루 만에 7% 급락했던 23일이 낀 1주일 동안 외국인은 일본 주식을 274억엔 순매수했다. 하지만 직전 주(7158억엔)에 비하면 순매수 규모가 4%밖에 안 된다.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꺾이자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만 4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일본 증시 투자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글로벌 투자자는 비슷한 조건의 한국 증시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②뱅가드 매물 폭탄 거의 소진돼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달에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뱅가드 펀드 때문이다.

세계 3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는 지금껏 한국을 신흥국으로 분류해 왔다. 그러다 올해부터 한국의 지위를 '선진국'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뱅가드의 수많은 펀드들이 '신흥국 펀드'에서 한국 주식을 빼내야 했다. 이런 이유에서 올 초부터 뱅가드가 내놓은 매물이 주식시장에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우리 증시에선 통계상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간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뱅가드가 7월까지 9조4000억원 정도의 물량을 팔아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뱅가드는 대부분의 물량을 털어 냈고, 이제 1조8000억원어치 정도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뱅가드가 한국 주식을 일방적으로 던지지만은 않는다.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한 만큼, 선진국 펀드에선 한국 주식을 새로 편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 뱅가드가 기계적으로 사들이는 한국 주식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③북한 리스크, 엔저 등 악재 둔화

올 들어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 증시를 외면하게 만든 대표적인 리스크인 엔저(低)와 북한 리스크가 잠복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외국인 투자금의 유입을 점치게 하는 또 다른 요소다.

유진투자증권 곽병열 연구원은 "기존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 요인이었던 엔화 약세의 속도가 조절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늦었던 한국의 경기 부양 패키지가 5월부터 시작돼, 우리 증시가 글로벌 증시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환율 변수가 외국인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 복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는 전문가도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외국인들은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5월 31일 기준 1130원)이 1100원 미만일 때는 우리 주식을 사지 않았다.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매수세가 잦아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