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벌써부터 '불티'… 판매량 사상 최대 전망

최근 국내 주요 에어컨 제조업체의 판매량이 급증,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판매 대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고 2일 밝혔다. 캐리어에어컨도 같은 기간 에어컨 판매량이 작년보다 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캐리어에어컨 강성희 회장은 "아직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에어컨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올해 가전업계 에어컨 판매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에어컨이 가장 많이 팔린 건 2011년의 180만여대. 업계에선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210만여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 불티나게 팔리나

에어컨 판매량 급증엔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우선 늦여름 에어컨 공급이 부족했던 지난해의 '학습 효과' 영향이다. 지난해 성수기를 앞두고 에어컨 판매가 부진하자 업체들은 생산 규모를 줄였는데, 늦더위로 뒤늦게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차질을 빚었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그때 재고가 없어 구매를 못한 소비자들이 올해 서둘러 에어컨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산 소비자들의 교체 주기가 올해 많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에어컨 교체 주기는 보통 10년 정도다. 국내 에어컨 시장은 1990년대 후반까지 연간 60여만대 수준이었으나 2000년대 초반 100만대를 돌파하며 급성장했다. 이때 구입한 에어컨의 교체 시기가 올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찍 찾아온 더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올해는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지난달 하순부터 나타났다.

홀수해에 판매량이 늘어나는 에어컨 판매 경향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업계에선 말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은 전세 기간(2년)이 끝나고 다른 전셋집으로 이사할 때 판매가 늘어나는데, 보통 홀수해에 짝수해보다 에어컨이 10만~30만대 더 팔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 재고 확보 비상

판매량이 급증하자 업체들은 재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에어컨을 만드는 광주광역시 공장에서 올해부터 컨베이어 벨트를 없애고 모듈 생산 방식을 도입했다. 정지된 상태에서 조립 작업을 한 뒤 다음 공정으로 보내는 방법이다. 삼성전자는 "모듈 방식은 컨베이어 벨트보다 자리를 덜 차지해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창원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에 실린 제품의 간격을 줄이고, 인기 신제품은 전용 생산 라인을 마련해 생산성을 20% 정도 상승시켰다. 위니아만도는 "올해 사업 계획의 120% 정도 물량을 확보해 놓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캐리어에어컨도 광주광역시 공장의 가동 시간을 늘렸다. 지난해엔 5월에도 오후 7시 30분까지만 근무했지만 올해는 4월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있다.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절전형 제품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 업체가 전기료를 절감하는 '인버터(inverter)'를 장착한 에어컨을 내놓고 있다. 에어컨 모터 작동 속도를 다양하게 조절해 주는 장치다. 인버터가 장착된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가까워지면 아주 약하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자동차처럼 모터 속도를 조절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모터가 돌아가는 속도는 일정하고 꺼졌다 켜졌다만 반복하는 기존의 '정속(定速)형' 에어컨에 비해 인버터 에어컨은 최대 70% 정도까지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