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社 투자, 공개 매수 이후가 유리"

최근 기업을 주식만 가지고 있는 모회사인 지주회사와 실제 사업을 담당하는 사업자회사로 분할하는 상장사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사업자회사와 모회사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참고할 만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지주사로 전환하는 회사들은 대부분 기업을 분할한 뒤 지주회사가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공개 매수하는 과정을 밟는다. 한데 이런 공개 매수 발표 이전에는 사업자회사의 주가가 오르는 경우가 많고, 공개 매수를 마친 이후에는 반대로 모회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공개 매수란 특정 기업의 주식을 증시에서 공개적으로 특정 가격에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공개 매수 이후 AK홀딩스 상승

지난해 말 지주회사로 전환한 AK홀딩스는 사업자회사인 애경유화 주식을 공개 매수한 뒤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일 AK홀딩스 주가는 2만8150원으로 공개 매수 완료 시점(작년 12월 20일)에 비해 30%가량 상승했다. 반면 사업자회사인 애경유화의 주가는 공개 매수 발표 이전에 강세를 보이다가 작년 11월 14일 공개 매수 발표 이후 내리막을 걸었다. 공개 매수 발표 이전엔 사업자회사가, 공개 매수 실행 이후에는 지주회사가 강세를 보인 것.

지난 2006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아모레퍼시픽그룹도 마찬가지다. 2006년 12월 11일 공개 매수를 완료한 이후 12월 26일 17만1000원까지 오르며 18%가량 상승했다. 반면 사업자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상승률은 공개 매수 발표 이전 18%대에서 공개 매수 발표 이후 10%대로 낮아졌다.

◇사업자회사 강세는 지배주주 영향

공개 매수 발표 이전에 사업자회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지배주주의 영향이 크다.

현재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자회사의 지분을 공개 매수하는 과정에서 지배주주들이 보유한 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의 신주를 지급받는 방식이다.

이때 기업의 오너인 지배주주의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주가가 높을수록 지주회사의 신주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개 매수 전까지 사업자회사의 가치를 높이려고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공개 매수 이후 지주회사 전환이 완료되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던 지주회사의 가치가 부각될 수 있다.

◇한진·한솔그룹도 지주사 전환

최근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AK홀딩스, 한국콜마홀딩스 외에도 여러 기업이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최근 공개 매수 계획을 밝혔고, 한진칼홀딩스·한솔홀딩스 등도 지주회사 전환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경우 오는 7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공개 매수를 실시한다. 한진칼홀딩스와 한솔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투자 방식에는 한계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는 사업자회사의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말 지주회사로 전환한 한국콜마홀딩스의 경우 공개 매수 완료 시점(2012년 12월 26일, 1만4250원)에 비해 현재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최근 영업이익이 40%나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