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인 친척이 저지른 脫稅 1건에 최대주주가 금융社 내놓을 판이라는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친척이 개인적으로 탈세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는다. 그런데 해당 친척은 삼성생명 주식 100주를 가진 소액주주이다.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친척이 벌금형을 받았다는 이유로, 이 회장과 계열사가 가진 삼성생명 지분 51.1% 매각 명령을 내린다. 그 결과 이 회장은 삼성생명을 잃게 되고, 주식시장으로 한꺼번에 지분 51.1% 물량이 풀리면서 삼성생명 주가가 폭락한다. 이 회장은 또 삼성전자의 1대 주주인 삼성생명과 연결 고리가 끊기면서 삼성전자도 사실상 잃게 된다."

황당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가 시행되면 실현될 수도 있는 시나리오이다. 이 제도는 이르면 6월 국회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재계는 '연좌제(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묻고 처벌하는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을 알아본다.

◇친척이 죄지었다고 금융회사 소유권 박탈?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는 크게 네 가지로 내용을 요약할 수 있다. '①금융회사의 최대 주주 및 주주인 특수 관계인(최대 주주의 친인척, 금융회사의 계열회사 등)이 ②공정거래법 같은 51개 법률 위반 등의 행위를 저질러 금융회사를 소유할 만한 자격을 잃었는지를 ③주기적으로 심사해 ④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가진 전체 지분에 대한 지분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내용에 따라 앞에서 예로 든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주요 내용 가운데 '금융회사의 최대 주주 및 주주인 특수 관계인'으로 돼 있는 심사 대상이 가장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주인은 가만히 있는데 특수 관계인 중 누구 하나가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최대 주주로부터 금융회사를 뺏는 게 합당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20.76%)이 최대 주주이고, 나머지 주주 가운데 삼성에버랜드 등 계열사들이 특수 관계인으로 등록돼 있다. 삼성생명의 특수 관계인 지분은 30.33%이다. 이 상황에서 이 회장은 아무런 죄를 짓지 않았는데, 특수 관계인 중 어느 하나가 어떤 죄를 지으면, 이 회장의 지분 20.76%와 나머지 특수 관계인의 지분 30.33% 모두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최대 주주는 물론 특수 관계인도 금융회사 경영에 깊숙이 개입해 회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으므로 자격을 심사해야 하고, 이들의 불법행위는 최대 주주의 지시에 따른 것일 수 있으므로 관련된 모든 지분에 제한을 거는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는 이를 '금융 연좌제'라고 비판한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주인과 관계된 어느 한 사람이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죄 없는 주인 및 주인과 관계된 모든 사람에게 처벌을 내리는 게 연좌제가 아니고 뭐겠느냐"며 "최대 주주만 심사 대상으로 삼아야 하며, 굳이 특수 관계인까지 심사 대상으로 넣을 경우 죄를 지은 해당 특수 관계인의 지분에만 제한을 두는 게 맞는다"고 비판했다.

◇재계 "대주주 자격 심사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

또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2금융권 금융회사 대주주의 자격 유지 요건이다. 현재 논의 중인 것은 '51개 관련법(금융 관련법 49개,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을 지켜야 하고, 이를 위반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이행해야 하며,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았을 경우 사면을 얻어야 한다'이다. 그러지 못하면 대주주 결격 사유가 된다.

예를 들어 이건희 회장의 특수 관계인이면서 삼성생명 지분을 가진 삼성에버랜드가 일감 몰아주기(공정거래법 위반)를 하다 적발돼 처벌을 받은 후, 이에 대한 사면을 받지 못하면 이 회장 및 특수 관계인들은 삼성생명의 주인이 될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총 51개에 이르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대주주 잘못으로 금융회사가 부실해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므로, 자격이 있는지를 엄정하게 조사하기 위해 여러 법률에 걸쳐 위반 사실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지나치게 심사 범위가 넓고, 심사를 하는 금융위원회에 무소불위 권력을 쥐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홍성일 전경련 팀장은 "이른바 금융 관련법이란 것을 보면 주택법이나 문화산업진흥법 같은 게 들어있는데 이것과 금융회사 주인 자격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험회사는 보험법, 증권회사는 증권법을 위반했는지를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