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구경도 못해본 탈북청소년들, 선수로 키울겁니다"

'양신'이 탈북 청소년들의 '멘토'로 변신한다.

양준혁(44)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은 6일 "탈북 청소년 10여명을 선발해 야구 선수로 훈련할 생각"이라며 "현재 탈북자 관련 단체로부터 선수를 추천받아 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구팀은 초등학생과 중학교 저학년 위주로 꾸릴 계획이다. 그는 "아이들을 추가로 선발해, 올해 안에 탈북 청소년들로만 구성된 청소년 야구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최다 홈런 기록을 포함해 타격 관련 기록을 대부분 보유해 '야구의 신(神)'이라고 불렸던 그는 은퇴 후 2년 넘도록 지금까지 저소득층·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왔다. 이번에는 관심을 탈북 청소년들에게로 돌려 새로운 야구팀을 만든다는 것이다.

양 이사장이 탈북 청소년 문제에 눈을 뜬 것은 작년 9월 통일부 홍보대사를 맡으면서다. "탈북 가정은 부모 가운데 한 사람만 한국에 온 경우가 많더라고요. 탈북자라는 편견 때문에 부모의 취업이 어렵다 보니 탈북 가정 아이들 가운데는 저소득층 가정이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보다 더 마르고, 심리 상태가 불안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는 "자유를 찾아 한국에 온 탈북자 가운데 힘들어서 다시 북으로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자신의 전공인 야구다. 양 이사장은 2010년 18년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이듬해인 2011년 양준혁야구재단을 세워 저소득층·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구성된 3개(서울·성남·양주) 팀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그는 탈북자 출신인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을 찾아가 상의하면서 계획을 구체화했다.

현재 야구팀에 지원한 탈북 청소년들 가운데 야구를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북한은 야구의 불모지다. 장비 구입에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야구가 '미국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좋은 팀을 꾸릴 자신이 있다"며 "탈북 청소년들을 진짜 선수로 키워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근성이 좋았어요. 집중력도 있고요."

팀 구성에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선수 시절 억대 연봉을 받았던 그이지만 은퇴 후 청소년 야구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은 녹록지 않다. 3번째로 만든 양주팀은 한국예탁결제원의 후원을 받고 있지만, 나머지는 양 이사장이 자비(自費)로 장비를 마련해 팀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1~2년만 하고 접을 일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후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탈북 청소년들이 야구를 통해 희생번트 같은 희생정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팀워크를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많은 사람이 탈북자 문제에 관심이 적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단번에는 어렵겠죠. 하지만 야구가 그런 무관심을 깨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