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 조선일보 환경대상] 대청호 쓰레기 年3000자루씩 쓸어담는 파수꾼

현충일인 지난 6일 오후 2시쯤 충북 보은군 대청호 기슭. "부우웅~!" 소리를 내며 0.64t짜리 낡은 모터보트 '기동호(號)'가 출동했다. 배에 탄 사람은 30년 넘게 대청호 환경 파수꾼을 자처해온 김기동(61)씨다.

"에이, 이게 다 뭐야." 김씨가 손짓한 곳에는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생수통, 음료수 병,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르는 화분과 각종 폐비닐이 잔뜩 있었다. 배를 세우자마자 후다닥 뛰어내린 김씨는 장갑 낀 손을 바쁘게 움직였다. 쓰레기 담는 자루가 5분도 안 돼 불룩해져 배 위에 실렸다.

김씨가 대청호에서 각종 쓰레기를 치우는 환경 정화 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청댐이 완공되어 수량이 풍부한 인공호수인 대청호가 생기자 전국에서 낚시꾼이 하루 200~300명씩 몰려들었다. "우리 집도 1980년 수몰됐어요. 낚시꾼들 때문에 더럽혀지는 '호수 속 내 고향'을 지키기 위해 나선 거지요." 특히 여름에 태풍이나 장마가 온 뒤 김씨의 진가가 드러난다. 폐비닐·스티로폼은 물론, 강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낚싯바늘과 유리병까지 온종일 200~300자루에 이르는 쓰레기를 주울 때도 있다. 김씨가 이렇게 모으는 쓰레기가 한 해 3000자루 분량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모은 쓰레기만 4t 트럭 250대 분량이다. 금강유역환경청 명예환경감시원인 김씨는 지난 5일 감시원으로 일하는 동료 회원들과 쓰레기 줍기 행사를 열었다.

힘든 적도 많았다. 낚시꾼들이 마구 버린 낚싯바늘이 다리에 박히거나, 깨진 유리병에 베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최근 대청호가 많이 좋아졌어요. 낚시꾼들이 여전히 많이 오지만 쓰레기도 줄고 있고요." 처음엔 자신을 고용된 청소부로 알던 낚시꾼들이 김씨를 알아보고는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고 했다. 맑아진 대청호에 새들이 날아올 때면 세상을 다 얻은 듯 흐뭇하다. 언제까지 대청호 파수꾼 역할을 할 것이냐는 물음에 김씨는 이렇게 답했다. "힘이 있을 때까지…. 최소한 10년은 더 해야죠. 내 고향이 바로 여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