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인생 2막은 남쪽 나라서… '제주 移民' 늘어 인구 60만

'말은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속담이 이제는 옛말이 됐다.

2009년까지 다른 지방에서 들어오는 인구보다 나가는 인구가 많았던 제주도가 2010년부터 순유입 인구가 늘어나는 반전을 이루더니, 이제 사상 처음으로 인구 60만명 시대를 맞게 됐다. 12일 제주도가 주민등록 이동 인구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제주도 인구는 59만7384명(내국인 58만8001명, 외국인 9383명)으로, 올해에만 4935명이 늘었다. 이 추세로 볼 때 오는 8월엔 제주도 인구가 6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제주도는 예측하고 있다.

제주도 인구가 최근 급증한 것은 다른 지방에서 제주도로 이주(移住)하는 인구인 '유입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현재 순유입 인구는 3401명(전입 1만2897명, 전출 9496명)으로, 전년 동기(1983명)와 비교할 때 71.5%나 늘어난 것이다. 제주도의 순유입 인구 증가율은 0.58%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세종시(3.08%)에 이어 둘째다.

◇'붐'을 넘어 '제주 이민'으로 정착

이처럼 최근 3~4년 사이 제주 이주는 붐을 넘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제주 이민(移民)'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넥슨 등 IT기업들이 제주도로 이전했고, 제주올레와 관광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줬다. 2011년 제주영어교육도시에 국제학교 3곳이 문을 열면서 '교육 이주'도 줄을 잇고 있다.

이주민의 연령층도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좀 빨리 '인생 2막'을 가꾸러 온 30~40대 등 다양하다. 제주도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대도시에서 지내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유(U)턴, 대도시에서 나고 자랐으나 '생활의 여유'를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덜컥 제주로 건너온 제이(J)턴, 제주올레를 여행하다 제주에 반해 알음알음 집을 얻어 눌러 살기 시작한 이주자 등 다양한 유형이 있다. 넥슨에 근무하다 퇴직한 뒤 빵 가게를 개업한 전영하(36)씨는 "제주 생활은 자연 환경도 좋지만 출퇴근하면서 길에 버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다"며 "시간적으로 계산해보면 서울 생활보다 일주일에 하루가 더 있는 효과가 있어 가족과 보내거나 레저 활동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흙으로 돌아가겠다며 제주의 농촌행을 택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5년 7가구에 불과하던 귀농·귀촌 가구는 2010년 40~60가구, 2011년 253가구로 늘었다. '육지 사람'이 늘면서 한라산과 해안 사이 고도 200~600m의 구릉지대인 '중산간 지역'과 해안 지역의 농어촌에서도 빈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 때문인지 작년 제주도의 집값 상승률은 12.8%로 전국 평균 상승률 9.3%를 크게 웃돌았다.

◇제주 이민, 실패도 있다

'제주 이민'에 낭만만 있는 건 아니다. 충분한 준비 없는 이주는 실패로 그치기 십상이다. 이주자들이 대부분 대도시 생활에 익숙하다 보니 의료와 문화 등 생활에서 불편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준비 없이 막연히 시작한 귀농과 사업으로 곤란을 겪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제주 이민자들이 많이 투자하는 게스트하우스는 제주올레가 인기를 끌기 전 10여 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00곳이 넘을 정도로 이미 포화 상태다. 제주발전연구원 정영태 연구원은 2011년 귀농·귀촌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주민들이 대체로 뭘 하고 살 것인지 고민하고 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제주에 와서야 '농사나 해볼까' 하며 영농 교육을 받고 성급히 작물을 선택하는 경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