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출신은 다 낙하산인가? 勞組도 날 거부 안해"

"이 자리가 내 인생의 마지막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일하겠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1일 집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보통은 '마지막 자리로 알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번에 일할 자리를 찾을 때 '당신, 일 잘한다고 들었다'면서 일을 맡기려는 곳이 많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취임식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표정은 단호했다. "농협금융에 헌신하지 않겠다는 말이 아니다. 잘하든 못하든 마지막 자리니 임기나 채우겠다는 뜻이 아니다. 최고의 성적을 내서 농협에도, 내 경력에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

―관료 출신 낙하산이라는 말이 나온다.

"낙하산은 세 가지 뜻을 갖고 있다. 첫째는 전문성이 없다, 둘째는 조직에서 거부하는데 억지로 자리를 차지했다, 마지막으로는 정권이나 정부와 가까운 인사라는 뜻이다. 나는 첫째와 둘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경제 관료로 금융 전반에 대해 전문성을 쌓았다. 농협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요청해서 심사숙고해서 받아들였다. 노조에서 출근 거부도 하지 않았다. 노조도 내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생각하고 고맙게 생각한다(농협금융 노조는 지난해 신동규 회장 취임 당시에는 일주일 가까이 출근을 저지했다). 셋째 요건인 정권이나 정부와 가깝다는 항목에는 해당하지만, 관료 출신이면 모두 낙하산이라고 비난부터 하면 곤란하다. 열심히 일하겠다."

―워크홀릭(일 중독)이라는 평을 받는다.

"일을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모자라면 더 일해야 하고, 다른 대안이 필요하면 더 찾아야 한다. 이건 일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니 따로 설명할 부분도 아니다."

그는 2009년 청와대 비서관 시절 대통령 주재회의 도중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회의 중간에 나오지 못해 부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개인적인 일보다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평을 받는다.

―농협금융의 전산망 사고가 다른 금융지주들보다 많은 편이다.

"전산망을 제대로 들여다보겠다. 고객들이 은행 창구보다 인터넷과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더 많이 이용하는 시대다. IT(정보통신) 서비스가 고객 신뢰의 기반인 시대라는 뜻이다. 언제든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전산 서비스는 필수적이다. 농협금융은 현재 농협중앙회의 전산망을 빌려 쓰고 있다. 전산망 독립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

―신동규 전 회장은 농협중앙회와 마찰을 빚고, "제갈공명이 와도 제대로 일하기 어렵다"고 했다.

"농협중앙회와 관계는 농협금융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100% 주주다. 다른 금융지주의 주주들은 일반 투자자들이지만, 농협금융은 농민들이라는 뜻이다. 이런 점을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지혜롭게 처신하겠다. 외부의 부당한 경영 간섭은 분명히 막을 것이다. "

―산은금융지주 회장 후보 1순위로 거론됐지만, 정부 핵심 인사들이 '정부 쪽에도 일 잘하는 사람이 필요한 곳이 많다'고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금융 회장에 선임된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금융 회장이 됐으니 지금은 농협금융만 생각하겠다. 농협중앙회와 관계 등 특수성이 있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금융지주들과 경쟁해야 한다. 똑같이 수익성과 건전성 경쟁을 하게 된다. 농협금융이 출범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제대로 자리를 잡도록 노력하겠다. 나도 오늘부터 농협인이다. 인터뷰 사진에 양복의 농협 배지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