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경쟁 승부처는 식품館"… 오너까지 나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은 8개월에 걸친 재단장(renewal) 공사를 끝내고 이달 초 재개관했다. 명품관을 비롯해 패션·잡화, 여성·남성의류, 생활가전·가구 등 총 10개 층을 1000억원을 들여 공사했는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 곳은 지하 1층 식품관이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리뉴얼 관련 회의 때마다 "무역센터점 리뉴얼의 시작과 끝은 식품관"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정규근 상무는 "위에서 식품관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식품관과 관련한 해외 출장이라면 금방 결재가 떨어졌다"면서 "덕분에 뉴욕 맨해튼의 '버거 조인트', 일본 오사카의 오코노미야끼 집 '보테주'도 유치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식품관에 공을 들이는 것은 앞으로 백화점 경쟁의 승부처가 식품관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 마진이 적어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던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신세계와 롯데백화점도 식품관을 앞세운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치열한 식품관 전쟁

새로 바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식품관은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출입구 오른쪽에 '디저트와 베이커리'를 위한 100평 규모의 매장을 별도로 만들었다. 빵이 맛있기로 유명한 그랜드하얏트호텔의 델리 코너를 유치했다. 타르트(tarte)로 인기를 끈 신사동 가로수길의 '듀크렘', 티라미수(Tiramisu)로 유명한 이태원 경리단길의 '비스테까', 스웨덴식 베이커리 카페 '피카', 인사동의 떡카페 '합(合)'도 들여왔다. 특히 '합'은 바이어가 카페 사장의 일본 출장까지 따라가 설득했다. 합은 경쟁사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트위터를 통해 극찬해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푸드코트도 유명 맛집들을 들여왔다. '시청 오향족발'과 서울 잠원동에 있는 중국 전통 레스토랑 '노독일처(老獨一處)'가 그런 곳이다.

신세계백화점 서울 강남점도 최근 식품관 디저트 코너를 재단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임훈 상무는 "타르틴, 빌리엔젤 등 홍대, 이태원 등에서 유명한 디저트집을 유치했다"며 "7월에는 500년 전통의 일본 양갱 브랜드 '토라야'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작년 7월 서울 청담동에 'SSG 푸드마켓'을 오픈하며 강남 일대 식품관 경쟁의 불을 지폈다. 정용진 부회장이 2년 이상 세계 각국의 디자인과 식품 전문가, 홍보 전문가 등을 만난 뒤 꾸민 점포다. 말리고 숙성한 쇠고기로 만든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배우 고소영 과자로 유명한 '테라칩스' 등을 판다.

갤러리아백화점 '고메이 494'는 박세훈 사장이 작년 초 취임하자마자 50명의 특별팀을 꾸려 만든 첫 작품이다. 이태원 핏제리아 디부자 피자, 카페 마마스의 리코타 치즈 샐러드, 속초 코다리 냉면 등 전국 맛집들을 유치했다. 철에 따라 섬진강 벚굴, 거제 알배기 대구 등을 산지에서 직송해 판다.

롯데백화점 신헌 대표도 작년 12월 '상품본부 특산물' 팀을 만들어 식품관에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대전 빵집 '성심당', 지난 4월에는 군산 빵집 '이성당' 등 지자체 맛집들을 유치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성당은 하반기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계획이다.

◇왜 식품관인가

백화점들이 식품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불황 타개가 가장 큰 목적이다. 현대백화점 정규근 상무는 "식품관은 패션관 등과 비교해 상권이 넓고 구매층이 다양해 집객(集客) 요인이 뛰어나다"며 "입점 업체 중 차별화를 둘 수 있는 것도 식품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명하다는 음식을 먹으러 왔다가, 쇼핑으로 이어지도록 해 매출을 올리는 '분수(噴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