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은 10년 늦었지만, 속도는 세계 1위… 대한민국 수소車 심장부를 가다

현대차가 올 2월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인 투싼ix를 울산공장에서 양산한다고 발표하자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깜짝 놀랐다. 벤츠·도요타·혼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보다 적어도 2년 빠른 발표였다.

미래형 친환경차 중 하이브리드에선 도요타, 전기차에선 GM·닛산·BMW 등이 앞서 왔다. 현대차는 수소차에서만큼은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야망을 감추지 않는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이끌어가는 메이커가 되면 친환경차의 판도는 달라질 수 있다.

◇수소차 개발 어디까지 왔나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화학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구동하는 자동차다. 물 이외의 배출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유해가스와 지구 온실가스에 의한 환경 파괴와 에너지 고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인 차량이다.

최근 방문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의 현대차 수소연료전지 개발 건물은 입구에서부터 경비가 삼엄했다. 사진 촬영은 국가정보기관 허락을 받아야 할 정도로 국가 차원의 첨예한 기술을 다루는 곳이다. 이곳 관계자는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가 뜨거운 화제가 된 뒤 정보 보안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꼭대기 층인 4층에 올라가니 수소연료전지차 연구에서 가장 핵심인 '스택(stack)'을 연구 중이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부분을 수소차에선 스택이라 부른다. 에어필터와 가습기, 전원분배장치, 컨버터, 전기모터 등 전기를 발생시키고 자동차의 각 부위에 동력을 전달하는 핵심 부품이 모여 있다.

겉은 기존 엔진과 비슷하게 생겼고, 내연기관 엔진보다 20~30% 부피가 크다. 김성균 책임연구원은 "수소와 산소가 만나 전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으킬지를 끊임없이 연구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스택 제조기술을 비롯해 95%를 국산화했다. 국내 협력업체만 120개에 이른다. 일부 소재와 촉매 분야에서 국산화가 남았다. 지난 10여년간 현대차는 수소차 개발에 필요한 화학공학·무기재료 분야 연구원을 지속적으로 뽑고 있다.

◇현대차·벤츠·도요타·혼다 각축전

전 세계 자동차 회사마다 이 수소차를 상용화하기 위한 경쟁은 뜨겁다. 2011년 3월 일본차 업계 연구원과 학계에서 연료전지 연구 현황을 보러 현대차 마북연구소를 들른 적이 있다. 이들은 현대차에서 내놓은 시승용 수소차를 타던 중 일본말로 옆 동료에게 말했다. "이 회사는 2년 뒤에 (수소차를) 양산한다는데, 우리는 언제 하나?"

옆에 탄 현대차 직원이 일본말을 모르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얘기를 주고받은 것이었다. 실제 현대차는 올 들어 계획대로 양산 체제를 갖췄다고 발표했다. 연구실 차원이 아니라 대량생산 단계에 돌입했다는 뜻이다. 연구실에서 얼마든지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공장라인과 부품공급선을 갖춰야 양산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현재 현대차가 이 분야 1위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 2015년 이후면 도요타·혼다 등에서도 양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다임러벤츠는 2017년이다. 문제는 얼마나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느냐다. 현재 투싼 수소차 가격은 대당 1억2000만원 안팎이다. 일본차들은 2015년을 목표로 500만~1000만엔(약 6000만~1억2000만원) 수소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메이커당 연간 1만대 판매 돌파 시점이 수소차 시장이 개화(開花)하는 시점으로 본다. 연간 판매 대수가 1만대가 되면 차량 가격이 현재의 절반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시기는 2018~2020년을 예상한다.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Vehicle)

기존 가솔린 내연기관 대신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와 결합으로 전기를 자체 생산해 구동시키는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엔진이 필요 없고, 전기로 모터를 움직여 자동차를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