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일곱, 드디어 '혼자' 된 남자

싱어송라이터 강인봉(47)의 인생 궤적엔 기시감(旣視感·déjà vu)이 짙다. 세 살부터 은막 아역 스타로 활약한 데선 '아빠 어디 가'에 출연 중인 꼬마 윤후 모습이, 1976년 가족 밴드 '작은별 가족'의 막내로 마이크를 잡았을 땐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초·중·고교에 다닐 나이에 집에서 독학과 작곡에 몰두한 대목에선 '악동 뮤지션'의 모습도 아른거린다. 그 시절 강인봉은 단독 무대를 마흔일곱 살이 되어서야 갖게 될 거라는 걸 짐작했을까. 7월 3~7일 서울 종로 반쥴로프트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 '얼론, 벗 네버 얼론(Alone, But Never Alone)'을 앞두고 지난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그가 쑥스럽게 입을 열었다.

"왜, 지금, 하필? 이런 건 별 의미가 없어요. 음악인으로서 본질을 찾는 거죠. 1900년대 초반에 LP가 등장했으니, 녹음된 소리로 돈 번 지가 100년 남짓이라는 거잖아요? 그 전까지 오랜 세월 음악의 본질은 공연이었던 거죠."

이번 공연에서 강인봉은 피아노·베이스·기타 등 포지션을 바꿔가며 '삶에 관하여' '뿌리가 나무에게' 등의 대표곡과 미발표곡들을 들려준다. "미발표곡은 오래된 사랑 노래, 나이 쉰을 얘기할 수 있는 노래, 그리고 제가 무척 좋아하는 냉면 노래 이렇게 세 곡을 부를 겁니다. 음반 낼 생각은 아직 없어요. 노래는 현장에서 교감할 때 가치가 있으니."

주제('음악인생 40년')처럼 이번 공연은 그의 음악과 삶을 돌아보는 자리가 될 것 같다. "작은별 가족 시절, 팬 인파에 해운대에선 타고 있던 차가 찌그러졌고 경포대에선 무대가 무너졌다"며 일찍이 '폭풍 인기'를 경험했던 소년 강인봉은 자신만만했다. 검정고시로 1984년 대학(고려대 신방과)까지 진학하며 승승장구하던 인생은 그때부터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가족 팀에서 하지 않은 강한 음악에 끌려" 록밴드 '벌거숭이'를 만들어 단박에 가요차트 정상권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리더·매니지먼트 부재(不在) 속에 멤버 불화로 6개월 만에 해체하며 처음 쓴맛을 봤다.

이후 군악대에 입대해 "평생 맞을 것 다 맞은 뒤" 제일기획에 입사해 삼성 음악레이블 '오렌지' 프로듀서로 1992년 김원준이라는 당대의 아이돌을 성공적으로 데뷔시켰다. 그때부터였다. 슬슬 '자기 음악' 욕심이 생기기 시작한 게.

퇴사한 강인봉이 1993년 퓨전 재즈 음악을 들고 '키키'라는 듀오로 돌아왔을 때 세상은 반짝 관심을 가졌으나 그때뿐이었다. "너무 자신만만했어요. 서태지가 나왔고 HOT 같은 팀들이 움트려는 시기에 내 스타일만 고수한 거죠."

이후 꾸리는 팀마다 엎어지고 사기까지 당했던 '고난의 행군'은 2001년 송봉주·김형섭과 지금의 '자전거 탄 풍경'을 꾸리며 막을 내렸다. "이렇게 빙 둘러올 걸 그때 알았어도 그런 선택을 했겠느냐"고 묻자 그는 0.1초도 안돼 "물론!"이라고 말했다. "그 시절 20대와 30대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요. 시행착오는 말릴 게 아니에요. 요즘 대학생 아들을 보면서 옛 생각을 하는데, 결론은 '아빠가 해봤더니 아니야' 식으로 간섭할 게 아니란 말이죠. 하하." 가족 얘기가 나온 김에 '작은별 가족'의 근황을 물으니 "하늘나라에 가신 분 없이 다들 잘 지낸다"며 막내다운 웃음을 보였다. "'분홍 립스틱'을 부른 누나(강애리자), 그 노랠 만든 형(강인구), 이렇게 셋이 아직 음악을 놓지 않았고요. 그러고 보니 형제 중 아래 셋이 가업을 잇고 있네요." 공연문의 (02)516-3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