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아, 죽지마… 그대로 얼음!

그림이 뿜어내는 한기(寒氣), 전시실에 들어서면 춥다. 그릇에 수북이 담긴 얼음에 딸기, 블루베리, 청미래 등 각종 식물이 갇혀 있다. 어떤 식물은 얼음 속에서 박제가 되지만 또 다른 식물은 얼음을 뚫고 힘차게 뻗어나온다. 투명한 얼음 빛과 대비되는 무성한 초록. 동토(凍土)에서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을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려낸 작가는 박성민(44)이다.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2년부터 얼음 속에서 자라는 식물을 그린 '아이스 캡슐'연작을 선보여 왔다. 일견 장식적인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환경과 생태에 대한 관심이 녹아 있다. "산업 발달로 자연이 심하게 훼손되는 걸 보면서 현재의 자연을 어떻게 하면 미래로 가져갈 수 있나 고민해 왔다"고 했다. '타임캡슐'처럼 얼음 캡슐에 자연을 넣어 보존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경남 창원의 산골 냇가에서 식물이 얼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이 작품들의 모티프. 알루미늄에 유화로 그린 부조 작품 11점이 특히 새롭게 느껴진다. 7월 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 (02)732-3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