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액으로 따져보니… 수입차 점유율 20% 돌파

국내시장에서 수입차가 판매 금액 기준으로 20% 점유율을 돌파했다. 판매 대수 기준 시장점유율은 10%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2배인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을 과점(寡占)하는 현대·기아차는 경쟁 수입차 고객 공략 전략을 세우는 등 비상이 걸렸다.

24일 본지가 지난 10년간 수입차 모델별 판매량에 당시 차량 가격을 곱해 전체 판매 금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수입차 총 판매 금액은 7조7625억원으로 국내 자동차 총 판매액의 20.1%로 집계됐다. 2003년 1조5038억원에서 5.2배로 증가한 것이다.

대당 판매 단가는 2003년 7719만원에서 2012년 5933만원으로 23% 떨어지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수입차 평균 단가 6000만원대가 깨졌다. 수입차가 소형화, 대중화된 결과다. 폴크스바겐 골프나 도요타 캠리 같은 3000만원 초반대 차량의 판매가 늘면서, 가격대 피라미드의 아랫단이 커진 것이다.

◇현대차가 느끼는 위기의식

현대차 내부에서 수입차 팽창에 대한 위기의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차량 대수 기준의 시장점유율은 75%(2012년)로 여전히 내수 시장을 과점하고 있지만 매출로 보면 얘기가 다르다. 수입차가 현대·기아차 국내 매출(24조4000억원~25조원 추정)의 30% 선까지 치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7월 1일부터는 한·EU FTA가 발효된 지 3년차에 접어들면서 현재 3.2%(배기량 1500cc 이상)인 수입차 관세가 절반인 1.6%로 떨어지고, 내년 7월부터는 아예 무(無)관세가 된다. 수입차 공세가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최근 수입차 대중화를 이끈 차량을 공략해야 할 주타깃으로 삼고 반격에 나섰다. 현대차의 '수입차 보유 고객 의식 조사안' 보고서는 "수입차 대중화 시대에서 (현대차는) 6000만~8000만원 사이에 걸려 있는 경쟁 차량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이 차종은 수입차 열풍을 몰고온 BMW 520d, 아우디 A6 등이다. 수입차와의 일대 결전을 예고한 셈이다.

보고서는 서울 강남·서초·목동 지역과 경기 분당 거주 수입차 고객 200명을 5월 20일~6월 13일 심층면접 조사해 만들어졌다. 면접 대상자는 BMW 5시리즈, 아우디 A6, 폴크스바겐 골프,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 '수입차 빅5' 중 한 대를 소유한 고객들이었다.

현대차는 수입 디젤차 열풍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수입차 중 디젤 점유비는 올 1월 63.2%까지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며 5월엔 56.0%까지 내려갔다. 현대차 관계자는 "같은 5시리즈라도, 528i(휘발유)와 520d(디젤) 보유 고객 사이에는 미묘한 만족감 차이가 존재했다"고 말했다.

수입차 서열화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6000만~8000만원 사이 차량 판매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BMW 7시리즈 같은 최고급 세단과 페라리·람보르기니 등 1억원이 넘는 초고가 스포츠카 판매량은 증가하는 등 고객이 차별화를 위해 고급 수입차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 안방시장 전략 바꿔야

일각에선 국내에 판매 중인 수입차 모델이 400여종인 것을 감안하면 현대·기아차가 국내 출시 모델을 다양화하지 않을 경우 계속 고전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수입차협회 윤대성 전무는 "그동안 국내시장을 비교적 수월히 독과점해오던 현대차가 안방에서 독일·일본차와 진짜 싸움을 벌여야 할 시점이 왔다"며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수출을 위주로 하고 안방시장을 종속변수로 보는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