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이어 판타지까지 '당선의 여왕'

전화로 당선을 통보하자 그녀는 "진짜요?"를 반복하며 경악과 의심을 거듭했다. 휴대폰을 끊고 나서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당선 통지를 문자로 남겨주세요'라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답신을 보냈다. '판타지가 아닙니다. 당선!!'

1억원 상금, 2013년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의 주인공은 박지영(39)씨. 철저한 확인 정신 이외에도 여러모로 예외적인 당선자였다. 올해로 5회를 맞이한 판타지문학상에서 심사위원들이 '초대형 신인의 탄생'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사상 처음'이 또 하나 있다. 박씨는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자. 신춘문예 혹은 문예지로 등단했던 기성 작가가 판타지문학상을 받는 것 역시 최초다. 문학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초대형 신인의 탄생인 셈이다.

"2010년 조선일보 등단작 '청소기로 지구를 구하는 법'은 대학(명지대 문예창작과)을 졸업하고 난생처음 쓴 단편 소설이었어요. 이번 판타지문학상 당선작 역시 난생처음 쓴 장편 소설이고요. 제 판타지(!)를 실현시켜준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에 감사합니다!"

그는 '프로 작가'였다. 신춘문예 당선자가 현상 공모전에 다시 출품한 까닭을 묻자 "글을 써서 먹고 사는 게 다들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데 가능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미(美)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희생해도 좋다는 예술지상주의나 문학을 위해서라면 삶을 희생해도 좋다는 낭만적 예술관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돈'과 '실용'이라는 화두는 의도적으로라도 괄호 속에 넣어두는 신인이 대부분인데, 그는 '책값'과 '지갑'과 '재미'를 이야기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독자가 내 책을 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 그리고 그 돈을 벌기 위해 들인 노동과 시간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고 싶어요. 혹시 반값 할인을 해줘야 하지는 않을까, 환불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책을 쓰는 것이 작가로서 나의 책임이고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초대형 신인'은 작가 개인의 삶보다 작품으로 발언하고 싶어 했다. 1997년 명지대 문창과를 졸업한 뒤 2010년 신춘문예로 등단하기까지의 13년 세월은 '그냥저냥'이라는 부사와 '일년에 반은 일하고 반은 놀던 시절'이라는 간략한 요약으로 뛰어넘었다. 지금은 출판사 민음사와 문학동네에서 각각 단편집과 장편을 계약하고 작품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생각하는 소설의 '진짜 재미'로 화제를 바꿨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에게 재미와 가치가 있는 시간을 주고 싶어요. 감성을 자극하든 깨달음을 주든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든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고 싶습니다. 거기에는 교양과 교훈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모두 포함됩니다." 신인의 신인답지 않은 사자후(獅子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