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身 고달픈 그대, 지리산 동쪽 끝으로 오라

백두대간이 힘차게 남하(南下)하다 남해바다를 보고 멈추면서 휘돌아 친 지리산 끝자락의 왕산과 필봉산. 그 중턱에 서니 지리산 자락이 광활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해발 500m 정도에 불과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더 높은 봉우리들이 마치 신하가 왕에게 허리 굽히듯 도열해 있는 모습이다. 그 중간에 래프팅의 명소인 경호강이 흘러간다.

여행에 동행한 동양학자 조용헌 박사는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 남주작(南朱雀), 북현무(北玄武) 등 사신도(四神圖)를 두루 갖춘 명당으로, 지리산의 좋은 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지리산 동쪽 끝에 자리한 이곳이 기(氣)명소인 것은 마치 호박이 줄기 끝에 달리듯 좋은 기운이 모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는 9월 초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릴 경남 산청의 동의보감촌이다. 지리산 동쪽 끝인 왕산과 필봉산 중턱에 능선과 숲길을 그대로 살려 만든 곳으로, 200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조 박사는 동의보감촌에서 바라다보이는 필봉산(筆峰山)을 가리키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문필봉(文筆峰)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산의 모양이 붓의 끝처럼 생긴 산을 문필봉이라고 하는데, 저 산은 이름 자체가 '필봉산'이다. 그만큼 또렷하고 잘 생겼다는 뜻이다. 조선시대부터 이 필봉산이 바라다보이는 곳에는 인물이 많이 배출된다고 믿었다"고 했다.

동의보감촌 위쪽에는 거대한 바위 2개가 있다. 기(氣)체험 장소로, 청동기 시대 동경(銅鏡)처럼 생긴 석경(石鏡·60t)과 거북이를 닮은 귀감석(龜鑑石·127t)이다. 석경은 아담한 정자 안에 놓여 있는데, 이마에 대고 기를 받는 돌부리 부분은 방문객들의 땀으로 검게 변했다. 귀감석은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는 것처럼 두 팔을 벌린 후 온몸을 바위에 밀착하고 밝은 기운을 마음껏 호흡하는 공간이다. 조 박사는 "귀감석 위쪽에 보면 일명 '컵마크'라는 동그라미 3개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고대부터 기도하는 바위를 의미한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못한 사람이 밝은 기운을 얻어가고 임신에도 효험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동의보감촌에서는 호랑이와 곰 조각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설화 속에서 마늘과 쑥이라는 약초를 먹은 동물로, 우리 민족의 시원(始原)과 함께 해온 한의약의 역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장수거북이(길이 20m, 높이 4m) 조각도 만들어지고 있다. 한방테마공원은 심장, 허파, 간, 대장, 소장 등 신체 장기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숲 속에 만들어 놓았다.

동의보감촌 인근에는 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전해오는 구형왕릉(仇衡王陵)이 있다. 경사진 산비탈을 그대로 이용해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돌을 계단식으로 쌓아올렸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의 스승인 유의태 선생이 한약제조에 사용했다는 약수터도 같이 둘러보면 좋다. 여름에는 차고 겨울에는 따뜻한 한천수(寒泉水)로,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최구식 엑스포 집행위원장은 "행사는 몸과 마음이 고달픈 현대인들에게 힐링을 드린다는 의미로 '지리산 힐링 엑스포'라고 보면 된다"며 "엑스포가 끝난 후에도 포근한 지리산 자락에서 몸도 추스르고 편히 쉴 수 있는 세계적 힐링 타운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는

2013년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오는 9월 6일~10월 20일 경남 산청군 동의보감촌 등에서 열린다. 전 세계 전통의약을 소개·전시하는 주제관을 비롯, 동의보감관, 약초생태관, 한방 기체험장, 힐링타운, 약선문화관, 교류산업관, 혜민서 등이 들어선다. www.trame di-expo.or.kr (055)970-8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