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稅감면 축소… 일반 연금보험도 과세 추진

조세연구원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를 받아 만든 비과세 감면 정비 방안을 26일 열린 공청회에서 공개했다. 정부는 5년간 135조원이 들어가는 공약 이행을 위해 불필요한 세금 감면을 없애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그 실행 방향이 처음 공개된 것이다. 핵심은 기존의 소득세 부과 방식을 소득공제 중심에서 세액공제 중심으로 바꿔서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자들에게 주어지던 세금 혜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 중산층 이상 근로소득세 부담 늘어날 듯

조세연의 제안은 정부가 8월 초 발표할 내년 세제개편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2015년부터 월급쟁이들의 연말정산 방식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현재 직장인들은 연봉에서 각종 소득공제 금액을 빼고 남은 금액(과표)에 대해 소득세를 계산해서 이를 세금으로 낸다. 연봉이 5000만원인 4인 가족 외벌이 가장의 경우, 근로소득공제(1300만원)와 개인별로 다른 의료비·교육비·각종 보험료·금융상품 소득공제, 부양가족 공제 금액 등을 빼면 실제 세금을 물리는 소득 금액은 2000만~2200만원까지 줄어든다. 따라서 평균 200만~250만원의 세금(평균 세율 10% 내외)을 내면 된다.

그러나 조세연이 제안하는 소득세 부과 방식은 일단 연봉에서 근로소득공제만 제하고 소득세를 계산하고, 이 금액에서 의료비·교육비·보험료·연금저축 지출과 가족 부양 비용을 고려해 일정액을 깎자는 것이다. 이렇게 제도가 바뀌면 앞서 예를 든 연봉 5000만원의 4인 가족 외벌이 가장이 내는 세금은 어떻게 될까. 5000만원에서 근로소득공제 금액(1300만원)을 뺀 3700만원에 대해 소득세를 계산하면 약 447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 금액에서 각종 개인 지출과 부양 비용을 직접 깎아준다. 보험료로 100만원을 썼다면, 그중 10~20%인 10만~20만원을 447만원에서 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 부과 방식을 바꾸면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같은 혜택이라도 세금을 계산하기 전에 소득에서 빼주는 것이 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1200만원인 사람에게 보험료 소득공제를 100만원 해주면 이 사람이 받는 세금혜택은 6만원(적용세율 6%)이다. 반면, 소득이 3억원을 넘는 고소득자는 38만원(세율 38% 적용)의 혜택을 받는다. 우리 소득세가 소득이 늘어날수록 세율이 높은 누진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만원의 보험료 소득공제를 10만원의 세액공제로 바꾸면 소득 3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은 28만원이 늘고, 연소득 1200만원 서민층 세 부담은 4만원이 준다. 원래 소득공제를 통해 받는 혜택이 각각 6만원, 38만원이었는데 이 혜택이 소득과 무관하게 10만원으로 조정될 경우 나타나는 효과이다. 세금 혜택을 좀 더 공평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낙회 세제실장은 "연봉이 어느 정도 되는 근로소득자부터 세 부담이 늘어나도록 할지는 검토 중"이라면서도 "대다수 근로소득자는 세 부담이 줄거나, 영향이 없도록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연봉 4000만~5000만원대인 근로자들의 연간 세 부담은 50만~100만원, 연봉이 억대를 넘는 고소득층은 최고 수백만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근소세 부과대상자 1546만 명 중에 세금을 면제받은 사람이 553만명이고, 나머지 993만명 중에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773만명에 달한다. 정부가 소득세 부과 방식을 바꿀 경우 200만명 남짓의 중상위 소득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음식점 사업자 세 부담 늘고, 연금보험에도 과세 추진

조세연은 이날 음식점 사업자가 농수산물을 재료로 살 때 구입비의 7.4%는 부가가치세로 보고 세금에서 깎아주는 제도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음식점 사업자가 재료로 사들인 농수산물은 금액 제한 없이 부가세를 빼주는 혜택을 주는데, 정부도 이 혜택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김종옥 기재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거의 모든 농수산물이 부가세 면제 품목이어서 실제 식재료 구입비 중 부가세 비중은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방안이 추진될 경우 당장 요식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업종 종사자는 70만~8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가 세 혜택을 줄이면 그만큼 원가가 높아져 수익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조세연은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도 추가로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보험에 대한 소득기준과 세금혜택 한도 설정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연금보험 중 2억원이 넘는 즉시연금(목돈을 내고 곧바로 연금을 타기 시작하는 보험상품)에만 과세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반 연금보험도 비과세혜택에 한도를 둬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그동안 폐지 의견이 계속 나왔던 농협과 수협 등 조합 출자금과 예탁금에 대한 비과세혜택은 '준조합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노후 대비용으로 운영되는 생계형저축에 대한 세금 혜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1인당 3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고 이자소득세(15.4%)가 전액 면제되는 이 상품은 만 60세 이상 노인이나 장애인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조세연은 고소득층 노인도 이득을 볼 수 있는 만큼 가입 자격을 저소득층이나 취약 계층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