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IT 기업가들 '꿈과 로망'에 투자하다

20대에 창업해 조(兆) 단위 이상 가치의 기업을 일군 한국의 IT 벤처기업가들이 최근 '꿈'에 대한 투자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기업가로서 일군 성공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품어왔던 '꿈과 로망'에 돈을 쓰는 것이다. 단순한 '외도'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시도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김범수, '직장인 마음 건강'에 주목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의 김범수(47) 이사회 의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3 직장인 마음 건강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직장인 500명을 선정해 심리 진단·치유 프로그램인 '내 마음 보고서'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젝트에 나설 계획이다. 내 마음 보고서는 심리 치유 전문 기업 마인드프리즘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김 의장은 개인 자격으로 마인드프리즘 지분 70.5%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 추진 배경에 대해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 방법 중 하나가 '마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수성가보다 더 큰 꿈을 위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한다는 뜻이다.

김 의장이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6년 마인드프리즘의 진단 프로그램을 접하면서부터다. 그는 진단을 받을 당시 "낙관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한 번도 다투지 않고 지금껏 지내 왔다"고 얘기했는데 전혀 의외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와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감정을 억제한다는 이야기고, 계속 그러면 언젠가는 감정이 마비될 거라는 경고였습니다. 돌이켜보니 정말로 기뻐도 웃지 않고 슬퍼도 울지 않으며 살아왔더라고요. 그게 마음의 중병(重病)이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두 분이 다툴 때도 나서지 못하는 무력감 때문에 스스로를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내 문제점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알게 되자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고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소개한 캠페인은 자신이 진단을 통해 얻은 경험을 나누기 위한 것이다. 항공기 승무원·전화 상담원 등 '감정 노동자'들을 시작으로 점차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레고 사이트 인수, 야구단 창단도

게임업체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45) NXC 대표는 이달 초 홍콩의 중고 레고 거래 사이트 '브릭링크(Bricklink)'를 인수했다. NXC가 벨기에에 세운 투자 전문 자회사가 브릭링크의 자산을 인수하는 형식이다. 인수 이후 김 대표는 브릭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40년간 레고의 팬이었고, 10년 넘게 브릭링크의 애용자였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사무실에도 레고 '작품'을 두는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창업자의 오랜 취미 생활이 인수·합병으로 이어진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46) 대표는 올해 초부터 야구장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문난 야구광인 김 대표가 2011년 창단한 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가 올 시즌부터 1군 무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어린 시절 일본 야구 만화 '거인의 별'을 접하면서 야구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다.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창단 이후 야구 게임에도 진출하고 있다. 창단 직후인 지난해 초 게임업체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했다. 야구 게임 '프로야구 매니저'를 개발·서비스하던 회사다. 미국 게임회사 EA스포츠가 개발한 야구 게임 'MVP 베이스볼 온라인'도 지난해부터 국내 서비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