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회장 "假想공간이 통신업체의 미래다"

26일 오전 10시 중국 상하이 케리호텔 컨벤션센터. 아시아 최대 규모의 통신 전시회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 2013(MAE 2013)'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 선포와 함께 이어진 전체 기조연설(Keynote) 연사로 등장한 이는 KT의 이석채 회장. 연설을 듣기 위해 콘퍼런스룸 500여석은 1시간 전부터 꽉 찼고, 스크린으로 연설을 중계하는 옆방의 500석도 빈자리가 없었다.

이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통신 업체들이 지금처럼 통신 서비스에만 매달리면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 트래픽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사이버 스페이스(가상공간)'에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회장은 "현재는 구글과 아마존 같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이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면서 "통신사들이 브로드밴드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을 만들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는 이미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일본의 NTT도코모와 함께 일종의 앱스토어인 '오아시스'를 함께 운영하며 가상공간에서 재화를 사고파는 모델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도 이번 행사 기간 차이나모바일 유에 리 사장, NTT도코모 가오루 가토 사장, 텔레콤 이탈리아 프랑코 베르나베 사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SK텔레콤은 이날 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속도가 2배 빠른 LTE-A(어드밴스트)를 상용화해 시연해보였다.

하 사장은 "3세대 기술(WCDMA)과 4세대 기술(LTE)은 유럽·미국·일본이 우리보다 1~2년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이번엔 우리가 한발 빨랐다"며 "(유럽이 주도해온) 통신 네트워크의 주도권을 되찾아온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통신시장에서 아시아 국가가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아시아는 세계 34억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18억명(56%)을 보유한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그동안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주도권은 미국·유럽이 쥐었다. 지난 10년간 통신을 이끈 2대 기술인 WCDMA와 LTE는 모두 유럽 통신 업체가 주도했고 먼저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날 열린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 2013'은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행사 주최 측은 "올해 전시회 규모(전시 면적 기준)는 작년보다 80% 정도 커졌고, 관람객은 2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9시 전시회가 열린 상하이 인터내셔널 전시장 입구에는 40~50m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아시아의 작은 통신 전시회에 불과했던 '모바일 아시아 엑스포 2013' 위상이 커진 것은 그만큼 세계가 아시아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그 중심에 한국과 중국이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동통신망을 보유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통신 기술을 선도해왔기 때문이다. LTE 가입자 수(작년 상반기 집계)에서도 세계 2위(750만명)다. 1위 미국(1300만명)보다는 적지만, 인구 대비 LTE 사용자 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무려 15.3%로 미국(4.1%)보다 훨씬 높다.

중국은 자국의 독자 기술(TD-LTE)을 차세대 기술로 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하반기 주파수 190메가헤르츠(Mhz)를 중국형 기술에 할당할 계획이다. 차이나모바일의 시궈화(奚國華) 회장은 "중국 이동통신은 상상보다 훨씬 빨리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형 LTE는 기존 유럽형 LTE와 연동해 세계 통신 에코시스템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이동통신협회(GSMA) 존 호프만 대표는 "이곳에서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모바일 산업을 자극할 새로운 기술의 진전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